[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발표한 가운데, 이 같은 사용지침은 '턴키 계약' 관행을 권유하는 것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비판이 방송스태프들로부터 제기된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같은 날 오전 중 발표된 문체부의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지침' 폐지를 촉구했다. "방송스태프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 사용지침을 발표한 문체부를 규탄하며, 방송제작현장과 동떨어진 사용지침"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방송스태프들은 해당 사용지침이 '턴키(Turn-key)' 도급계약을 권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가운데)이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용노동부 드라마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턴키계약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우리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면 관행을 뒤집지 않으려는 악랄한 수법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노동자에게 사용자성을 뒤집어 씌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업계에서는 제작비 절약을 위해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특수장비)팀, 미술팀 등의 팀장급 스태프와 팀 단위 용역 계약을 맺어 사용자인 팀장이 자신 스스로와 팀원을 책임지게 하는 턴키계약 관행이 문제로 제기돼 왔다. 방송스태프들은 초장시간 노동, 스태프 부상 등 방송촬영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턴키계약' 관행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문체부 사용지침에 따르면 '방송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계약서 3종(근로/하도급/업무위탁) 중 적절한 표준계약서를 준용하여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이에 대해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업무지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계약 상태이거나 업무위탁계약서 작성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용지침은 '방송사 또는 제작사로부터 업무상 지휘, 감독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스태프 개인은 계약기간이나 고용 형태(일용직, 일시적 근로관계 불문)와 무관하게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데, 이는 비정규직 방송스태프들에게 사업자등록을 강요하는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정부 관계부처의 지침에 따라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아울러 방송스태프지부는 해당 사용지침이 현재 진행중인 지상파3사와 전국언론노조, 드라마제작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드라마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협의체' 논의와 고용노동부의 드라마 제작현장 특별근로감독에 "찬물을 끼얹는 지침"이라고 반발했다. 턴키 계약 관행 근절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문체부의 사용지침이 턴키 계약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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