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월호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왔다. 29일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세월호 망언을 한 차명진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정진석 의원에게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미 5·18 망언에 대해서도 하나마나한 징계 전적이 있어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설마 했던 일이 또 벌어지고 말았다.

솜방망이 처분을 넘어 오히려 포상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아프지 않은 징계, 그래서 이를 보는 국민이 더 아픈 징계쇼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막말을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권고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진정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이런 식으로 눈가림쇼를 할 수는 없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망언에도 이런 식의 징계가 최선이라면 이는 징계가 아닌 권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징하게 해먹는다" 세월호 막말, 한국당 '약하게' 징계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세월호 막말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표가 직접 사과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더욱 실망스러운 점이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월 황교안 대표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표현 자체도 국민감정과 맞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지난 4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썼고, 정진석 의원은 받은 글이라며 4월 16일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했다.

국민들이 이들의 망언에 분노하고 동시에 공포를 느껴야 했던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국민정서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세월호가 국민들에게 준 아픔과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모른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는 위험하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외쳤던 “독재”는 그 공감 없음에서 출발한다.

"징하게 해먹는다" 세월호 막말, 한국당 '약하게' 징계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이 다시 집권을 노리는 것은 자유다. 그러려면 깃발만 꽂으면 뽑아준다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닌 국민 전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것은 극히 일부를 위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멈춘 시점에 벌어진 일들은 바로 막말이었다.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진심의 문제인 것이다.

이러고도 일 년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이기기를 바란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오만이며 자가당착이다. 망언에 대한 징계를 바랐던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또한 막말 논란이 일었을 때와 달리 자유한국당의 ‘징계 아닌 징계’에 언론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외면하거나 단신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나마 JTBC가 성실히 보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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