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이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혐오성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황교안 당 대표가 "동성애를 개인적, 정치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지 3일 만에 민경욱 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차라리 '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며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활용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20일 <민주당은 차라리 '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앞서 지난 16일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자발적 모임이라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서울 퀴어 퍼레이드(퀴퍼) 참여단'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민주당원 퀴퍼 참여 모집글을 게재했다. 참여단은 "6월 1일, 2019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민주당 깃발을 함께 휘두를 여러분을 기다린다"며 "본 참여단은 당내 각급 상설위원회와 공동 행진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참여단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더불어민주당 강령 11장을 언급하며 "바로 지금, 실천해야 할 때"라고 당원들의 퀴퍼 참여를 요청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동성애 축제에 민주당 깃발이 휘날릴 예정이다. 이 축제는 과도한 노출과 노골적인 행동, 선정적인 문구들로 논란이 되어 온 행사"라며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민주당은 뒷짐 지고 관망 중이다. 당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인 만큼 금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당의 이름을 걸고 하겠다는데도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민주당 퀴퍼 참여단의 공개모집 글을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과 연결시켰다. 민 대변인은 "동성애 문제는 단순한 찬반 문제를 넘어 법조계, 종교계, 의학계 등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국민의 눈치를 보고 표를 의식해야 하는 '박쥐' 정치인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못하고 늘 애매모호하게 대처해왔다"며 "대표적인 예로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고 했다.

2010년 '동성혼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후보시절 TV토론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그렇다. 차별은 반대하지만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민 대변인은 "오락가락 대통령을 배출한 당 답게 이번에도 민주당은 '박주당' 행세를 하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모양새"라며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퀴어당'으로 커밍아웃하라. 그것이 국민에게는 더 이롭다"고 했다.

이번 한국당 논평은 17일 '세종맘과의 간담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퀴퍼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지 3일 만에 나온 것이다. 황 대표는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한다. 저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퀴퍼에 대해서는 "(사진으로 본)퀴어 축제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며 "정말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들이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세종시 한 카페에서 열린 세종맘과의 간담회에서 엄마·아빠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황 대표는 "제대로 된 교육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고하게 갖고 있다"고 말해 성소수자들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공교롭게도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세계 보건 기구(WHO)가 1990년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해 각종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촉구하는 날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 황 대표는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는 발언을 과거부터 지속해왔다. 황 대표는 2017년 10월 '극동포럼' 강연에서도 "동성애 문제가 공공연하게 퍼져가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성적 지향과 같은 독소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2018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각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퀴퍼'는 퀴어(queer) 퍼레이드의 준말이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 행사로 '서울 퀴어 문화 축제'의 행사 중 하나다. '퀴어 축제' 조직위원회는 "한국사회에 성소수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화컨텐츠 향유에의 제약을 해소하며,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해소와 인식 변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공개문화행사"라고 퀴어 축제를 소개하고 있다.

2017년 대선후보 TV토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후보 간 논쟁이 오가는 중 '1분 찬스 발언'을 통해 "동성애 논의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 정체성은 '정체성'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 후보는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당시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동성애나 성적 지향은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성적 지향이 다른 누구도 인권과 자유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그게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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