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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키즈 콘텐츠도 여자아이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랑

기사승인 2019.05.15  22: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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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된 성 역할 주입 우려, 남아 돌봄 노동 사례는 없어…"유튜브 성평등 가이드라인 필요"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영상물에 젠더 감수성 문제가 제기됐다. 여아에 청소·요리 등 돌봄 노동을 맡기고, 색감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는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미래세대에 유튜브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하지만 유튜브에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유아 콘텐츠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정리=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연대는 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되는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했다. 대상 채널은 보람튜브 토이리뷰·서은이야기·캐리TV 등 구독자 수 기준 상위 11곳이다. 언론연대 조사에 따르면 다수 유튜브 채널은 돌봄 노동을 여아로 한정하는 놀이 영상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A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여아는 아기 인형에게 밥을 주고, 양치를 시켰다. 해당 영상에서 아버지는 여아에게 “엄마처럼 잘하고 있어요” 등의 발언을 했다. 돌봄 노동의 주체를 엄마로 한정한 것이다. A 채널뿐 아니라 여아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수의 영상에서 이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언론연대가 모니터링한 영상 중 남아를 중심으로 한 돌봄 노동 사례는 없었다.

일부 채널에서는 배경 색감으로 성별을 구분했다. 여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분홍색, 남아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는 파란색을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권순택 활동가는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을 통해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가장 보수적이며 고정적인 성역할에 사로잡힌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집에서 ‘핑크색 옷은 여자가 입는 옷’, ‘여자라면 머리가 길어야 한다’ 등의 논리가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어린이들이 많이 접하는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이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EBS 키즈’에서는 ‘성에 대한 폭력’이 영상에 드러났다. ‘여성 출연자의 얼굴이 내 주먹보다 작다’는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자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에게 주먹을 가져다 댄 것이다. 권순택 활동가는 “EBS는 수신료가 배당되는 공영방송이고, 교육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방송”이라면서 “EBS 유튜브 채널은 다른 곳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열린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는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유튜브 광고도 문제였다. 권순택 활동가는 “유튜브는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방송과 달리 광고에 대한 규제가 없는 실정”이라면서 “모니터를 하는 과정에서 성형, 다이어트, 대출광고 등이 무분별하게 노출됐다”고 했다.

유튜브는 이용자 나이·동영상 시청 패턴 등을 분석해 광고를 제공한다. 아동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도중 게임·완구 등의 광고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선정적인 게임 광고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제작 게임 ‘왕이 되는 자’는 지난해 5월부터 선정적인 광고를 유튜브에 노출했다. 게임 광고를 규제하는 법이 있지만, 유튜브는 해외 사업자이기 때문에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권순택 활동가는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심의해야 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젠더 감수성 등에 대해선 (제작자가) 한 번쯤은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방송제작자는 보다 성적으로 평등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은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통해 고정관념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성별에 대한 논의 없이 고정관념이 강화된다면 향후 젠더 이슈에 대한 논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윤소 부소장은 “현재 유튜브 시장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유튜버를 위한 연예기획사 개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MCN도 책임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소 부소장은 “유튜브를 잘 찾아보면, 아동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그곳에서는 유튜브가 선정한 영상만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면서 “유튜브가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는 건 그들 스스로 키즈 콘텐츠 필터링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이번 토론회 주제가 금지주의·보호주의로 오독될까 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꼭 다뤄져야 할 주제”라면서 “아동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유튜브 콘텐츠를 봤을 때 고정된 성 역할이 내면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명숙 활동가는 “아동에게 성 평등 개념을 교육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정부는 유튜브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아동 대상 콘텐츠 제작자에게 성 평등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아이는 부모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역시 누군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제작 규정과 자율규제의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는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가 사회를,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강미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이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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