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사용한 여성혐오 성격의 '일베 비속어'를 두고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정치 공세냐는 취지의 반박을 펼쳐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은 물론 청와대, 심지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마저도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공식사과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내어 "낡은 이념정치, 분열과 대립의 정치의 온상은 대한민국 청와대"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권의 막말과 색깔론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박성 논평이다. 문 대통령은 막말과 색깔론의 주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대중연설에서 '문빠', '달창' 등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빚은 나 원내대표를 향한 '작심 발언'으로 풀이되면서 한국당이 논평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모르고 쓴 표현" 3시간 만에 사과…"진정성 없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전 대변인은 "수보회의 메시지를 종합하자면 결국 야당 탓, 자유한국당 탓, 촛불 안든 국민 탓이란 이야기"이라며 "낡은 이념의 정치를 연 것은 좌파 사상에 경도된 운동권 세력이다.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도 문재인 정권"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취임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은 제발 인의 장막을 걷어내고 변화하는 시대를 직시하고, 북한의 본모습을 제대로 자각하고 폭망한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과 우파를 욕하는 것으로 한 줌의 지지층은 결속할 수 있겠으나, 국가는 더 빠른 속도로 재앙으로 치닫는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 여성단체, 심지어 '암덩어리', '바퀴벌레'와 같은 표현으로 과거 나 원내대표로부터 "보수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홍준표 전 대표까지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김상희·박경미·백혜련·이재정·제윤경 의원은 "최악의 여성 혐오·비하 표현으로, 막말을 넘어선 심각한 언어폭력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입에도 담지 못할 수준의 역대급 막말을 하고서도 논란이 일자 용어의 뜻을 몰랐다고 해명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여성 혐호 표현까지 의미를 모르고 쓰게 된 상황은 부끄러움과 사과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번 사태를 '언어성폭력'으로 규정하고, 나 원내대표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평범한 시민이라면 듣도 보도 못한 일베 내부용어"라며 "자유한국당이 주목하고 대변하는 여론이 결국 일베 등 극단집단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도 "제1야당 원내대표가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을 대중집회 장소에서 사용한 것은 결코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며 나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도 그 말을 찾아보고 그 뜻을 알았을 정도로 참으로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이였다"며 "그 뜻도 모르고 그 말을 사용했다면 더욱 더 큰 문제일 수 있고, 그 뜻을 알고도 사용했다면 지극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나온 자유한국당 측 사과는 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의미를 몰랐다'는 사과문이 전부다. 오히려 나 원내대표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당 원내는 이 같은 비판을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반박에 나섰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을 내어 "집회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언급된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며 본질을 흐리는 것을 넘어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는 범여권의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며 "비하 등 고의적 의도 없이 단순히 실수로 언급된 발언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인권유린이니, 성폭력이니 하며 혐오사이트 이미지와 극우 프레임까지 씌우기 위해 사태를 확산시키려는 정치적 공세는 분명히 배척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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