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방탄소년단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린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싸이가 전 세계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싸이의 인기는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감각적인 멜로디, 댄스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현상이었다. 싸이 열풍은 그렇게 너무 쉽게 사그라져 공허함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의 벽은 그토록 높고 견고했다.

미국은 전 세계 팝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이다. 영국 음악이 다양하고 새로움을 추구한단 면에서 그 이상의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시장 논리로 보면 영국도 미국을 넘어설 수는 없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에 많은 이들은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성공한 이는 없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도전이 반복되며 조금씩 그 가능성을 키웠지만 진정한 의미의 가치를 만들지는 못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기획사였다. 물론 뛰어난 작곡가인 방시혁이 세운 기획사이기는 하지만 사장이 능력이 탁월하다고 다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일부에 의해 한국의 음악 시장도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개최된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모습. [빌보드·Aaron Poole 제공]

아이돌 빅3가 지배하는 시장에 방탄소년단은 별개의 존재였다. 수많은 아이돌들처럼 그들 역시 그렇게 열심히는 하지만, 성과 없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가는 무리들 중 하나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반응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더욱 강력하게 불어왔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보다 거대 빅3 아이돌의 지배력이 더 강력하다. 방탄소년단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팬들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었겠지만 많은 음악 소비층에게 방탄소년단은 낯선 존재였다.

비틀즈가 활동하던 시절 영국에서도 그들은 그저 어린 여성들이 좋아하는 아이들 정도로 취급당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대중음악의 전설로 기록되고 있다. 미 현지 매체들이 BTS를 비틀즈와 비교하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과한 비유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방탄소년단은 실제 그런 역사를 만들고 있다.

3년 전 처음으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대받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다. 일시적 현상 정도로 생각했던 언론들도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성취에 취했고, 어쩌면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두 장의 앨범이 연속해서 1위를 차지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선보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너무 왕성한 활동에 그래미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의 성과가 너무 좋아 신인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 해 두 장의 앨범을 '빌보드 200' 1위에 올리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몇 번 되지 않는 일이다. 미국에서 활동한 시기로 보면 신인은 분명하지만 그래미는 외면했다.

대중음악 지표의 기준이 되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방탄소년단이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은 무척 중요하다. '톱 듀오/그룹'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콧대 높은 미국 대중음악 시장이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이후 이어질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그래미 어워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이 미 3대 음악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그들은 현시대 가장 유명한 그룹임을 입증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일상의 소통도구가 된 세대, 그런 세대에게 방탄소년단은 기준이 되는 스타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진심’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듀오/그룹' 상을 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그들의 음악은 단순히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그 힘이 곧 방탄소년단이다.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그 문화가 곧 방탄소년단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운 힘이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고 있고, 방탄소년단의 세계는 그렇게 열렸다.

BTS가 연 새로운 세상 속 주인공은 그들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새로운 기준으로 정립되고 있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다른 이들에게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케이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장되며 많은 이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대중음악의 기준과 가치를 다시 세우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그래서 위대하다.

팝송을 즐기던 우리가 가요를 더 많이 듣게 된 것은 그만큼 대중음악이 성장했다는 의미다. 그런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는 다시 방탄소년단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월드 스타디움 투어를 떠나는 방탄소년단, 그들은 현재 정점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그들이 일굴 성취와 가치는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우린 이제 비틀즈가 아닌 방탄소년단과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