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소개할 ‘산업재해’는 인터넷 설치, 수리 현장에서는 아주 흔하다. 나 같은 인터넷, 유료방송을 설치하고 AS하는 노동자들은 전주를 타고 옥상에 기어오르고 케이블을 만지고 언제나 추락과 감전에 노출돼 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LG유플러스 서부산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동료는 4월 9일 오전 11시에 전신주에서 작업하다가 감전이 됐다. 화상을 입어 손가락이 터져버렸고, 아픈 손으로 겨우 전신주를 내려와서 병원에 갔다. 만약 스스로 전주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혹시 높은 전주에서 추락했다면 아찔하다.

▲전신주.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전신주 작업 중 감전돼 손가락에 화상을 입은 LG유플러스 서부산서비스센터 노동자의 손.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목숨을 담보로 한 작업들, 이런 작업을 LG 노동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의 인터넷 기사들은 모두 그렇다. 오래된 건물 지붕에서 선을 잡아당기다가 지붕이 무너져 추락하고, 건물 옥상에서 작업하다 떨어지고, 불만 있는 고객을 상대하다가 변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사고가 터지고, 간간이 기사화될 때마다 우리는 모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좀 더 안전한 일터 만들려고 꾹 참는다.

인터넷 기사의 현장만 위험한 게 아니다. 삼성반도체 공장, 삼성 휴대폰 하청업체, 한국타이어공장, 구로동 IT노동자들의 과로사, 동네에서 보는 수많은 건설현장들, 고 김용균 사고, 누군가는 숨기고, 누군가는 입을 막지만 그래도 모든 사고를 은폐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한 어떤 회사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 모든 자본은 열정페이, 노동자의 자기착취, 경쟁, 희생을 원하지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1위, 노동시간 2위에 빛나는(!) 한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내 친구, 내 동료, 내 가족의 목숨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리고 이런 위험은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일수록 더 크고 강하게 다가간다.

그럼에도 자본은 “컨베이어벨트는 계속 돌아가야 한다”고 강변한다. 인간의 생명을 자본의 논리로 저울질하고,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요구를 “무리한 요구”라거나 “경제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인가. 누가 누구의 목숨을 담보로 이윤을 얻는 것인가. 우리 사회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단 한발자국도 진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김용균법이 만들어졌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그것이다. 외주화를 일부 규제하고, 원청 사업자에게 일부 책임을 묻고, 플랫폼노동자의 안전조치가 일부 시행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김용균법에는 김용균이 없다. 정부는 외주화를 ‘일부’ 규제할 뿐이고, 진짜사장의 책임을 ‘일부’ 제기할 뿐이고, 라이더들의 안전을 ‘일부’ 챙길 뿐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여전히 요원하다. 자본과 정부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목숨을 판돈으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안전은 구조적인 문제다. 사용자가 조치하지 않아서, 진짜사장이 책임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LG유플러스에서 십 년을 넘게 일했다. 정확히는 LG유플러스를 위해서 일하는 하청업체에서다. 십 년 동안 전주 작업의 위험성을 알려왔고, 노동자가 전주에 오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옥상에서 선을 끌어올 수 있도록 장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LG유플러스는 ‘돈이 든다’는 이유로 밍기적대고 있다. 그러다 동료들이 전주에서 떨어졌다.

만약 전주 작업을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져야 할까. 책임은 하청업체와 원청 사업자 둘 다에게 있다. 안전, 건강, 생명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상식이라고 한다. 129주년 노동절, 나는 나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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