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18 망언'을 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숙명여대 총학생회 중앙위원회가 해당 성명서를 철회했다. 성명서 발표 후 일부 재학생들의 반대 의견이 총학생회에 제출됐고, 이에 중앙위원회 재논의 결과 성명서 철회가 결정됐다. 김순례 의원은 숙대 제약학과 출신이다.

8일 숙명여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김순례 동문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에 대한 성명서 철회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앞서 중앙위는 지난달 14일 '5·18 망언'을 한 김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위는 성명서에서 "김순례 동문은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장사라고 말한 일과 5·18 민주유공자들을 이상한 괴물집단이라고 칭한 일을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후배들을 부끄럽게 만든 동문으로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동문회에 2016년 김 의원에게 수여된 '올해의 숙명인상' 철회와 김 의원의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해당 성명서는 한 차례의 번복 끝에 발표된 것이다. 총학생회장은 지난 2월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다. 이어 중운위 가결을 통해 성명서가 발표되었는데, 당시 재학생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문제제기가 일어 각 학과·학부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성명서 일부 내용을 수정, 재발표한 것이다.

8일 성명서 철회 입장을 밝힌 중운위는 지난 1일 총학생회 공식 이메일 계정으로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반대의견 메일이 발송됐다고 밝혔다.

해당 메일에는 총학생회의 성명서에 대해 615명의 재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 있었다. 반대 이유는 ▲숙명여대의 이름으로 총학생회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보임 ▲동문 규탄으로 인해 숙명여대의 대외적 명예가 실추 ▲동문 규탄은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검열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일조 ▲정치적 행동을 이유로 동문을 규탄하는 것은 향후 숙명여대 내의 여성 네트워크 형성을 저해 등이었다고 중운위는 설명했다.

이에 중운위 위원 일부는 성명서에 대한 재논의 안건을 상정해 중운위는 이를 정식안건으로 채택했다. 논의 결과 의결권을 가진 참석자 14인 중 유지 2인, 철회 8인, 기권 4인으로 성명서 철회가 결정됐다.

총학생회장과 미술대학은 유지 의견을 냈다.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역할은 학내 의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학생자치기구로서 전체 사회의 부정의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성명서는 사회적 약자인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가지며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숙명여자대학교(사진=연합뉴스)

반면 경상대학·공과대학·글로벌서비스학부·미디어학부·생활과학대학·영어영문학부·이과대학·동아리연합회 등은 철회 입장을 냈다. 법과대학·사회과학대학·약학대학·음악대학 등은 기권했다.

성명서 철회 입장의 이유는 ▲성명서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 ▲학과별 자체 설문조사 결과 반대 비율이 높거나 설문조사 참여율이 저조함 ▲규탄 성명서에 공감하지 않는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음 ▲반대의견 측 의견이 더 구체적 ▲의견수렴 과정이 재학생들이 느끼기에 정의롭고 공정하지 못했음 ▲동문 여성의원을 여성주의적 시각이 아닌 도의적 명분으로 규탄하는 것이 역사속에서 지워진 약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려움 등이다.

중운위는 "해당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의견 수렴의 미흡함에 대해 책임을 절감하고 있다"며 "성명서 발표 및 번복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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