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보호'를 빼야한다는 일부 정치권 지적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시민사회 비판이 제기된다.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에서 KT 출신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명칭을 '보호'를 뺀 '개인정보위원회'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장관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변경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에 분산된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감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정부 기관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이른바 '빅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송 의원은 개정안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구성원이 보호업무 전문가로만 채워져 있다며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강조하며 위원회 명칭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며 "상업적·산업적 활용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해주시면 개인정보 활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5일 논평을 내어 유 장관의 발언을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는 개인정보보호 운운하면서 뒤로는 전 국민의 정보인권을 특정 사기업들의 상업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불쏘시개로 쓰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개인정보의 보호가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을 할 수 없게 발목잡고 있다는 유 장관의 인식은 경악스럽다"며 "법을 준수하고 집행해야 할 장관이 법이 정한 원칙을 부정하고 기업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정보인권을 헌신짝 버리듯 한 것이다. 정부는 유영민 장관의 발언이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방향인지 밝혀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가 늘어나고 자동화될수록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며 독립적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준수를 감독하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가 유일한 안전판"이라며 "그런데 유 장관의 발언은 이 유일한 안전판마저 제거하려는 신호탄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최소한의 의지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 강화'와 '무분별한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제재 강화'를 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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