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시즌 연승을 이어갔다. 2019 시즌 개막 선발로 나서 승리를 챙긴 류현진은 두 번째 경기에서도 상대 에이스 범가너와 맞대결을 펼쳐 승리 투수가 되었다. 9회 초 역전 위기까지 가기는 했지만,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의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강렬하다.

상대 에이스 꺾고 진짜 에이스로 나아가는 류현진

지역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엘에이 다저스의 경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SF가 지난해 몰락하며 올 시즌도 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전통의 라이벌전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 류현진과 범가너의 맞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기였다.

과거의 구도를 보면 커쇼와 범가너의 대결이어야 했다. 하지만 커쇼가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합류가 힘들어지며 그 자리는 류현진의 몫이 되었다. 더욱 다저스 구장에서 그 누구보다 방어률이 낮은 류현진이라는 점에서 그의 피칭은 팬들에게도 큰 기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샌프란시스코(SF)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에 역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류현진의 올 시즌은 중요하다. FA를 한 해 넘긴 류현진으로서는 올 시즌 성적이 FA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위 'FA로이드 시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상만 없다면 류현진만 한 선수가 드물다는 것은 현지의 평가이기도 하다. 2년 가까이 부상으로 쉬는 상황에서도 그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었다.

지난 시즌 그의 맹활약은 월드 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되기는 했지만, 다저스가 거액을 들여 1년 붙잡아 둘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선발이 넘쳐나는 다저스로서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선발 후보만 해도 8명이 넘는 상황에서 류현진을 잡는 것보다 놔주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다저스의 선택은 옳았다. 개막전 선발로 나서 완벽한 피칭을 했던 류현진은 두 번째 경기에서는 더욱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자이언츠를 상대로 류현진은 실점 직전까지 거의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압도적인 제구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에서 노련함도 엿보였다.

시즌 처음으로 마틴과 호흡을 맞춘 류현진은 몇몇 장면에서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범가너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에서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고집한 류현진의 선택은 맞았다. 1회부터 류현진은 쉽게 상대 타자를 잡아냈다.

류현진 [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개막전보다 직구 스피드는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좌우와 위아래를 오가는 환상적인 제구는 상대 타자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코너웍의 진수를 보여주듯 스트라이크 존을 오가는 제구는 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에이스급 투수인지 잘 보여주었다.

100마일을 넘는 파이어볼러도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90마일 투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확한 제구와 다양한 구질은 파이어볼러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음을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 잘 보여주었다. 범가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범가너와 투수전을 끝낸 것은 류현진이었다. 3회 선취점을 뽑은 다저스는 범가너를 완전히 무너트렸다. 그 시작은 류현진의 볼넷이었다.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를 준비하던 류현진은 나쁜 공을 골라냈다. 그러다 연속 볼넷을 얻어 1루로 나갔다.

스트라이크로 잡아줘도 무방한 바깥쪽 높은 공이었지만 심판은 단호했다. 범가너는 당연히 스트라이크라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흔들렸다. 그 작은 차이가 만든 변화는 범가너에게는 최악이었고, 다저스로서는 최고의 선물과 같은 상황이었다. 벨린저가 만루 상황에서 가운데 몰린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으니 말이다.

류현진에게서 홈런 빼앗은 범가너 [AP=연합뉴스]

3회 5점을 얻은 다저스는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5회까지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던진 공이 50개가 안 될 정도로 완벽했다. 완투 경기로 나아갈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은 오히려 아쉬움을 남겼다. 너무 쉽게 경기를 풀어가던 류현진은 6회 파라에게 안타를 내준 후 범가너에게 일격을 당했다.

투수 중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 중 하나인 범가너에게 너무 평범한 커브를 가운데 몰리는 공으로 던졌다. 쉽게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공이었지만, 범가너는 그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투런 홈런을 만들어낸 범가너의 이 한 방은 자이언츠 선수들을 깨우는 이유가 되었다.

9회 3점을 추가하며 턱 밑까지 추격한 힘은 범가너의 이 홈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범가너에게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볼넷을 주는 것보다 그게 더 낫다는 말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류현진의 모습에서 에이스의 품격이 드러난다.

류현진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도 좋다. 개막 이후 2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팀 에이스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다저스 구장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하는 류현진은 올 시즌 두 경기 모두 홈에서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었다. 현재와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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