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청와대가 결국 지난달 31일 문제 장관 후보자 두 명을 낙마시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했고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철회 됐다. 자진사퇴를 유도한 것보다 지명철회를 강행한 것이 더 ‘강수’로 보이는데, 이런 결정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와대는 조동호 후보자 지명철회 이유에 대해 ‘해적 학회’ 참석을 들고 있다. 학계에서도 징계를 받을만한 사안인 데다 후보자 본인이 관련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역시 부동산 문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조동호 후보자가 전세금을 올려 받고 자녀 유학 경비를 댔다고 답한 대목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거다. ‘투기의 달인’이란 비아냥을 들은 최정호 후보자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문제까지 합치면 여론의 부정적 기류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부동산이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내기도 바쁜데 과거에 옳은 소리 좀 했다는 이유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오히려 자기들 배를 불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서사’가 만들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가 1일 1면에 2030세대가 ‘진보꼰대’에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것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본 것이다.

세상사의 이런 인식에 대한 본질에는 두 가지 냉소적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로 대의명분을 내세워 정권을 잡았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란 원리만 따졌을 때는 사실 정권을 잡을 ‘능력’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즉, 이런 논리에 따르자면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세력의 집권은 오늘날 흔히 쓰는 표현으로 하자면 용인된 ‘프리라이더’이다(물론 이런 인식은 ‘탈정치화’의 전형이다). 둘째는 그 대의명분조차 ‘거짓말’에 불과하고 뒤로는 다들 스스로 내세운 명분을 배반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586세대’에 분노한다는 서사는 이런 인식이 전제가 돼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세상만사를 다 이런 식의 서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의겸 전 대변인 문제는 이런 서사를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 사례이다. 모처럼 정치 세력이 내놓은 대의명분에 동조해 ‘프리라이딩’을 용인해줬는데 결국 배신당했다면 앞으로도 개혁은 믿을 수 없고 ‘각자도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애초에 문제가 없는 장관 후보자들을 지명했어야 했지만 하여간 청와대가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무슨 이유에서건 늦게라도 문제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킨 것은 그 와중에 다행이다.

지명철회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자진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외양간을 고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미국 등의 사례를 들어 인사청문회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비리와 관련한 청문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대목은 정책 검증에 주력하자는 것이다.

이런 대안은 일견 생산적인 해법으로 보이지만 사실 동어반복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제도 하에서도 인사청문 대상자에게 심각한 개인비리가 있다면 ‘비공개’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을 방법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런 제도가 제대로 시행이 되려면 청와대 혹은 인사검증을 전담하는 기구가 대상자에 대한 1차적 검증을 상당한 완성도를 갖춰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각 의원실이 후보자의 뒷조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청문회의 양상을 좌우하게 되는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것 역시 1차 검증을 제대로 하는 것부터가 해법의 첫 단계다. 청와대 등의 인사검증 기구가 개인 도덕성 문제 등을 검증한 자료를 의회에 전달하면 이를 근거로 해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현재의 상황을 전제로 보자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인사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검증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청와대가 전지전능에 가까운 권력을 갖고 있어서 후보자들의 문제를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지만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갖고 문제 인사들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의 해석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사실 청와대가 가진 권력은 겉보기와는 달리 보잘 것이 없어서 아주 기초적인 수준 이상의 인사검증은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언론 취재와 청문회로 인사검증이 완결된다”는 항변이 여기에 해당한다.

만일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만이 문제라면 그러한 의도를 그저 버리는 것으로 부실한 인사검증의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을 피할 수 없는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국군 기무사 등 정보기관에 대한 개혁 시도가 인사검증 실패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만일 인사검증 실패 사례의 누적이 권력의 편의를 위해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 재개라는 논리로 이어진다면 개혁의 퇴행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의 교체라는 인적쇄신 뿐이다. 언론이 입을 모아 이들에 대한 교체를 검토할 것을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필요하다면 인적쇄신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 그런데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검증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신뢰성 높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청와대가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상호견제와 투명성 제고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권력기관 전반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이룰 수 있다. 정권의 단기적 대응도 물론 필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누군가는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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