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홈에서 열린 2019 시즌 개막 2연전을 LG에게 모두 내주고 말았다. 올 시즌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시즌 첫 시리즈였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지는 과정에서 그리 희망적인 요소를 찾을 수 없었단 것이 문제다.

젊어진 마운드, 핵심 타선은 침묵… 손발 맞지 않는 팀

기아의 개막전을 보며 시즌을 제대로 준비해왔는지 의아함이 들었다. 크게 바뀐 것은 불펜이 젊어졌다는 정도다. 젊음이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경험 부족은 시즌을 치르며 여러 부침을 만들 수밖에 없다. 불펜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확실한 선수가 없다는 점은 기아의 올 시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양현종이 개막전 선발로 나선 토요일 경기는 잡아야 했다.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엉망인 타선은 제대로 터지지 않았고, LG 마운드에 완봉패를 당했다. 1회부터 대량 득점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형우의 병살타는 절망을 떠올리게 했다. 무사 만루 상황, 선발 윌슨이 급격하게 흔들린 그 시점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역투하는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형우가 병살로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2회에도 고구마 100만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윌슨이 흔들리며 대량 실점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기아 타자들은 모든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런 경기는 이길 수가 없다.

양현종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던진다 한들 타선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이를 개막 첫 경기는 잘 보여주었다.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준 뒤 맞은 일요일 경기는 시작과 함께 끝났다. 첫 선을 보인 터너는 1회부터 무너지며 대량 실점을 막을 수 없었다.

경기 흐름은 전날 윌슨과 유사했다. 큰 차이라면 엘지 타선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서 터너를 완벽 공략했다는 점이다. 공 스피드는 좋지만 그런 수준으로 한국 타자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다. 1회 3실점을 한 터너는 2회에는 오지환과 조셉에게 연속 투런 홈런을 내주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터너는 5이닝을 마치며 97개의 공을 던졌다. 10안타, 2사사구, 2홈런, 1삼진, 8실점, 7자책으로 잔인한 신고식을 했다. 터너가 올 시즌 내내 이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호된 신고식을 거쳐 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시즌 초반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KIA 선발 터너 [연합뉴스 자료사진]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국내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레벨이 리그 전체를 압도할 정도 수준이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보다 집중하고 신중한 투구를 할 필요가 있다. 다음 등판에서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마운드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타선은 더욱 심각했다. 핵심 타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안치홍이 3번으로 타순을 옮기며 맹타를 휘두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핵심 선수인 최형우의 무기력한 모습은 우려를 사고 있다. 우승하던 시절 후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하락세는 지난 시즌에도 아쉬움을 줬다.

첫 시즌 2연전에서 최형우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최형우가 어느 순간 중심 타선으로서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첫 2연전만 보면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노쇠한 타선은 그렇게 기대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즐베이커의 데뷔도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버나디나를 대체한 이 선수는 동일한 조건을 요구 받고 있지만, 과연 버나디나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해즐베이커의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경기였다.

다른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 방을 장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아 타자는 한 방보다 다양한 조건을 요구 받고 있다. 홈런에 대한 기대치보다 팀 타선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2경기만으로는 평가하기가 어렵다. 기대가 아닌 유보 평가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질 거면 초반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물론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되는 일이다. 이제 개막전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치열한 시즌이 시작된다. 결국 주중 경기에서 기아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무기력한 타선이 제 힘을 내고, 선발 자원들이 경기를 지배하는 순간이 빨리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외로 시즌 초반부터 연패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 기아의 현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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