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인노무사에게 노동 관련 고소·고발사건 진술을 대리하게 하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이에 노동 관련 고소·고발사건을 대리한 경험이 있는 한 노무사는 "대현변협의 의견대로라면 나는 범법자가 된다"며 대한변협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안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은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를 노동 관련 고소·고발 사건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공인노무사의 직무 범위는 노동관계법상 관계 기관에서 행하는 신고·진술 등을 대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해당 개정안은 이번 달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한변협은 지난 20일 국회 환노위를 방문해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한국공인노무사회도 환노위를 방문해 개정안 통과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은 해당 개정안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소·고발 사건의 대리는 변호사법이 정한 법률대리인의 고유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공인노무사의 업무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공인노무사 측은 해당 법 개정안이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비용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 신고나 진정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노동사건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 진정 때는 노무사를, 향후 고소·고발 전환 때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비용적 측면과 절차상에서 모두 노동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무사 선임비를 지불한 뒤 사건이 고소·고발 사건으로 흐르게 될 경우 다시 변호사 선임비를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 스카이라이프 불법파견 고소사건을 비롯해 KT 노동자들의 산재 및 부당노동행위 고소 사건 등을 대리해 온 박사영 KT새노조 자문노무사는 21일 '범법자가 된 공인노무사'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박 노무사는 저임금·비정규직·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가 고소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를 추가 선임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개정안은 쟁점법안이 아닌 민생법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노무사는▲노동자 피해 진술은 실제 노동청 현장에서 진정이나 고소 등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미 공인노무사들이 사실상 대리하고 있다는 점 ▲변호사법에 의거한 변호사 업무는 예전과 동일해 변호사의 업무를 공인노무사가 빼앗아 오는 형태의 법률안이 아니라는 점 ▲공인노무사의 고소·고에 관한 대리권을 고등법원이 인정한 판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노무사는 "대한변협의 의견대로라면 그동안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노동청에서 진술을 해왔던 필자로서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공인노무사들이 그렇게 될 소지가 있다"면서 "(대현변협이)노동관계의 원활한 업무와 근로자 복지 증진 등을 위한 길에 이번 개정안이 정면으로 반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깊은 고민을 지식인으로서 함께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