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1일, 22일로 예정됐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가 무산됐다. 소위에서 논의할 법안을 두고 여야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이런 상황에서 KT 청문회를 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KT에 연루된 각종 의혹을 피하기 위해 KT 청문회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제기된다.

21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야는 소위에서 논의할 법안을 두고 20일 저녁까지 의견을 주고 받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이날 제1법안소위(과학기술소위), 다음날 제2법안소위(방송정보통신소위)를 개최하고 비쟁점법안과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노웅래 위원장(가운데)와 여야 간사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협의 과정에서 21일 1소위에서 5개 법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철희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안전법을 쟁점법안으로 보고 처리를 거부했다. 2019년 들어 과방위는 1소위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못했다.

22일 2소위에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 지난해 6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소위 논의 법안을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함께 7개 법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한국당은 이 가운데 3개 법안에 대해 쟁점법안으로 보고 논의를 거부했다. 해당 법안들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

여야가 법안 논의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1, 22일로 예정됐던 과방위 법안소위는 기약없이 미뤄졌다. 법안소위가 취소되면서 다음달 4일로 예정된 KT 청문회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합의된 일정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연기시켰기 때문에 27일로 예정된 KT 청문회 계획서 채택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한국당이 KT 청문회를 무산시키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러 과정 끝에 결국은 KT 청문회를 못하겠다고 한다"며 "법안소위와 KT 청문회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KT와 관련된 의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자녀가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전직 KT 전무 김 모 씨를 영업방해 혐의로 구속했는데, 김 씨가 받은 혐의는 2012년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절차를 어기고 김 전 원내대표의 딸을 합격시킨 것이다.

검찰은 KT의 2012년 공개채용 인사자료에서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딸이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인편을 통해 접수했다는 입장을 냈지만, KT 신입사원 모집은 온라인 접수만 가능하다. 인편 접수가 이뤄졌다 해도 특혜로 볼 여지가 많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자녀가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있다. KT 새노조에 따르면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었던 지난 2013년 황 대표의 아들이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은 "당시 KT의 이석채 전 회장이 수사를 받고 있었다"며 "아버지는 KT CEO를 수사하는 위치에 있고, 아들은 그걸 방어하는 자리에 있었다.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 측은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우리 애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들어갔고 아무 문제 없다. 비리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황 대표의 아들은 KT를 포함 5개 대기업 채용에 합격해고 이 중 KT를 선택해 입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21일에는 홍문종 의원의 비서관 등이 KT에 낙하산으로 취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홍 의원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 시절 자신의 비서관 등 복수의 측근을 KT에 취업시킨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홍 의원의 비서관이었던 김 모 씨, 홍 의원의 지역구 선거를 도왔던 이 모 씨 등 총 3~4명이 연구조사역 등으로 KT에 취업했다고 한다.

특히 김 씨는 회사에서 특별한 업무를 하지 않고도 최소 4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안다는 KT 관계자 증언도 보도됐다. 다만 KT와 홍문종 의원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KT는 "일방적 의혹 제기"라고 했고, 홍 의원실 관계자는 "알아서 취업한 것"이라며 "특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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