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라고 불리는 연예인 범죄 유착 의혹에, 검찰은 별장성폭행 동영상으로 덜미가 잡혔다. 사실상 우리나라 수사기관 어디고 믿을 곳이 없다는 말이 된다. 2016년 정준영 사건의 경우 경찰에 의혹이 닿아있지만, 경찰의 기소의견에도 무혐의처분을 내린 검찰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버닝썬 게이트는 이제 겨우 시작 지점에 있다. 각종 성범죄와 더불어 경찰과의 유착은 경찰이 명운을 건 수사를 약속한 상태이고, 검찰 역시 국민권익위의 고발로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배당했다. 언제라도 검찰이 수사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개입이 의심스러운 사건이지만 검찰 역시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이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딱히 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빅뱅 멤버 승리(왼쪽 사진)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인들이 연루된 사건이라 파급력이 엄청나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적당히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을 진작 넘어섰다. 언론 입장에서도 연예인과 권력이 얽힌 파급력에 힘입어 사건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꼬리자르기 식 수사결론은 내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다. 요즘 모든 미디어는 정준영 사건을 비롯해 버닝썬 게이트 취재와 보도를 잠시도 거르지 않고 있고, 그런 쏠림 현상 속에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성접대 사건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KBS는 김학의 전 차관 논란을 집중보도했다. 피해여성이 직접 출연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피해여성은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 울면서 절규했다. “국민여러분들이 저 살려주세요. 대통령님, 저 좀 살려주세요” 피해여성은 2013년 이후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애초에 동영상 속 자신의 존재를 숨겼던 이유이기도 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 것을 알았지만 피해여성을 확인할 수 없어 무혐의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KBS 9시 뉴스에 출연한 피해여성은 검찰의 해명을 무너뜨린다. KBS와 인터뷰한 피해여성의 진술 중에서 가장 경악할 내용은 검찰이 동영상에 나왔던 행위를 피해여성에게 하도록 시켰다는 부분이다. 아직은 피해자의 주장일 뿐이지만, 그를 의심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성범죄 수사에서 한국 수사기관들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그날의 진실’은?…‘별장 성접대’ 피해 여성의 절규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 사건의 핵심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것을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검찰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당시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을 처벌할 의사가 없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찰, 검찰 가릴 것 없이 수사기관들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새삼스럽지 않다는 냉소도 존재한다. 이런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검찰과 경찰은 ‘뼈를 깎는 각오’를 반복해왔다. 그래서 더욱 미덥지 않다. 자연스럽게 공수처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비리든, 제식구 감싸기든 기존 수사기관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공수처 설치를 막을 명분은 없다. 버닝썬 게이트와 별장성접대 사건은 더는 공수처 설치를 미룰 수 없음을 말해준다.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협상이 어떻게 되든 공수처만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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