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녹색당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패스트트랙 방해 말고 의원직 총사퇴하라"고 일축했다. 나 원내대표는 10일 당내 정치개혁특위에서 비례대표를 없애고 지역구를 13석 늘려, 270석으로 의원정수를 줄이겠다는 선거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11일 녹색당은 <여성, 청년, 소수자 배제하려는 나경원과 자한당> 논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표는 최소한의 정치적 신뢰조차도 버린 것일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기득권 남성'으로 요약되는 국회의 기득권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녹색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100% 지역구에서 선출한다면, 여성과 청년, 소수자들은 정치에서 더욱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현재 한국의 지역구 선거는 정책도 필요없고, 오로지 거대정당의 공천장과 돈, 연줄이 지배하는 세계"라며 "만약 비례대표제가 폐지된다면, 한국의 정치생태계는 더욱 획일화되고 기득권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녹색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성, 청년, 소수자들의 정치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외에도,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고, 정당간의 정책경쟁을 가능하게 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이라며 "어제 나경원 대표가 말도 안 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은 결국 연동형 비레대표제로의 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사실 본인도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문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15일 합의를 어긴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과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며 "그리고 이런 자유한국당의 행태때문에라도 민주당과 야3당은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약속대로 자유한국당 의원직 총사퇴를 해서 마지막 정치적 도리를 다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논의에 대해 "이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자 제1야당을 말살하는 시도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의원직 총사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주에도 의원직 총사퇴를 언급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출한 바 있다.

한편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선거제도 개혁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안"이라고 비판했다. 심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가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불신받는 1등 공신이 한국당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 기득권 내려놓고 개혁에 동참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회 불신을 방패막이 삼아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여론에 편승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이런 얄팍한 정치는 더 이상 용인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위원장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직 총사퇴' 발언에 대해 "밀린 숙제 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의원직 총사퇴 얘기해놓고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저는 제1야당이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 있는 그런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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