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가 계약직 아나운서 원직복직을 주문한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계약 갱신기대권에 대한 노동위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소송 소식을 접한 아나운서들은 MBC에 노동위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근로자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8일 MBC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MBC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주문했다.

MBC는 "2016년 및 2017년에 입사하여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이 문화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인용하는 판정을 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노동위의 판정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계약 갱신기대권의 존재 여부 및 갱신 거절의 합리성에 대한 법리와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암 MBC 사옥(MBC)

MBC는 "특히, 중노위 판정의 경우 판단의 근거로 삼은 중요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한 오류까지 발견되었다"면서 "이에 MBC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노동위 판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중노위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주문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중노위는 서울지노위 판정에 더해 아나운서 채용당시 MBC의 경영방침 등을 추가 이유로 들었다. 2016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와 2017년 7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현장에서의 경영진 보고 등이 추가 이유로 제시됐다.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은 방문진법에 의거해 매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한다. 2016년도 경영평가보고서는 전년도 대비 계약직이 증가한 원인에 대해 "정규직 임용 전 검증을 위하여 아나운서 등 일부 직무를 계약직으로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정규직 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9월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에 판정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미디어스)

중노위는 판정서에서 "아나운서 국장 등의 발언과 경영방침 그리고 특별채용으로 이어지는 전후사정을 고려하면 고용형태 변경에 관한 방침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되었음을 짐작케 한다"며 "이 사건 근로들로서는 정규직 전환방침 전달자들의 지위에 비추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충분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의 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MBC의 특별채용 절차에 대해서도 자사 인사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MBC가 근무성적 평가 등을 하지 않고 이들 모두를 특별채용 대상자로 선정해 전형을 실시, 자사 인사규정에도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결과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은 약간의 방식과 일정에서만 차이를 보일 뿐 신규채용과 유사하다"며 MBC에 갱신 거절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정했다.

MBC의 행정소송 결정에 이들 아나운서측은 "일자리를 잃은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실 분들이라 생각했기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현재의 경영진은 노동자 권리를 호소했고,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로 MBC의 경영을 맡고 있다. 이제는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되었으니 입장이 바뀐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행정소송에서는 이제 우리 아나운서들이 아니라 중노위와 다툰다. MBC의 비정규직 정책이 옳지 않다는 대한민국 행정기관의 판단에 대해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MBC가 무엇을 규명하기 위해, 그 끝에서 어떤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소송을 결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동위가 내린 명령을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아나운서들은 법원에 근로자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이란 근로자가 해고된 경우 해고 무효를 이유로 고용관계 존재확인 소송의 판결 확정까지 임시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해고 이전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관계를 설정하는 가처분이다.

2012년 MBC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언론인 6명은 2014년 MBC를 상대로 법원에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해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자사 단체협약 40조에 근거해 법원에 근로자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MBC에 이들을 복직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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