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영방송사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이 각 사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준 공공기관인 KBS·EBS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2가지 안 중 서로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KBS는 이번달 비정규직 2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반면 EBS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경쟁 채용' 대상으로 분류해 재시험을 치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MBC에서는 계약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KBS는 지난달 2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무기계약직, 방송음향 디자인직, 자원관리직, 관현악단원 등 해당 직군에 속하는 2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최근 전환을 마쳤다.

이번 정규직 전환은 양승동 KBS 사장 취임 후 사측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측이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에 걸쳐 심도있게 논의한 끝에 맺어진 결과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수석부위원장 포함 집행부 4명을 노측 협상대표로 내세워 사측과 전환 논의를 이어나갔고, 지난해 8월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뒤 세부 조건 협상을 마쳐 12월 합의서를 도출해냈다.

공영방송 3사 (KBS, MBC, EBS) 사옥

KBS 인사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환 과정에서 대상자들에 대한 별도의 심사나 평가는 없었다. 일반직 전환에 따라 부서 이동 등의 변수가 있어 간단한 면담 후 전원 전환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측과 합의서를 체결한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월 발간한 노보에서 "IMF 이후 한국 노동시장은 큰 아픔을 겪었다. 분배와 평등, 사회정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는 내부의 상처와 갈등을 얼마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해왔는지 되돌아본다"며 "그래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직화는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소회를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는 언론사이자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더 일찍 내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했어야 했다는 반성으로 풀이된다.

반면 EBS에서는 전환 대상 직무에 재직하던 기존 계약직 직원들을 공개채용 시험 대상으로 분류해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행, 사실상의 해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BS는 지난 1월 18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환대상으로 확정된 직무에 대한 공개채용을 공고하고자 한다"며 디지털아카이브(2명), 작화(1명), 방송운행보조(1명), 콘텐츠기획(1명), 건축(1명) 부문에 공개 경쟁 채용을 공고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 근로자의 전환 채용 원칙은 '현 근로자의 전환'이다. 전환 채용 대상자에 대해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EBS는 '공개 경쟁채용' 방식을 통해 적용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침을 세웠다. EBS는 정규직 전환 대상 직무로 분류된 총 17개 직무에 대해서도 향후 해당 직군 노동자들의 계약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같은 방식의 공채를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 EBS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45명(29.3%)으로 전체 직원의 30%에 육박한다. 2015년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해당 시기 기준 5년 동안 EBS의 비정규직 전환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EBS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사측 3명,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측 3명, 외부위원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외부위원 3명은 고용노동부 추천 1명, 타 공공기관 정규직전환 심의에 참여했던 외부전문가 2명으로 구성됐다. EBS 내부에 기간제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별도로 없는 상황에서 정작 정규직 전환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만한 창구는 없었다.

MBC는 지난해 5월 계약직 및 프리랜서 1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같은 해 9월 노사는 업무직과 연봉직, 무기계약직 사원 등을 전문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다. MBC는 지난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해 부당해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들 아나운서들은 집회를 열고 회사의 '부당해고'를 주장했다. 회사의 정규직 전환 약속이 있었으나 총파업 이후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계약해지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MBC는 '계약기간이 만료돼 퇴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식회사인 MBC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따를 의무는 없다. 하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비롯해 해직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사장이 사장 후보 시절부터 사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혀온 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았다.

이 문제는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지노위와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이에 MBC는 노동위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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