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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킹덤’, 좀비물인가 역사물인가… 엇갈린 평가와 과제

기사승인 2019.01.31  2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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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톺아보기

<시그널>이 방영되었던 게 벌써 2016년이다. 시즌 2에 대한 열화와 같은 기대가 이어졌을 만큼 <시그널>은 2016년을, 아니 '범죄 수사물'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젖힌 작품이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이미 <살인의 추억>을 통해 범죄 수사물의 클리셰가 되었다 했는데, 그 '클리셰'에 시공간적 지평을 넓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부조리를 비판해내며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일궈놓은 장르물의 일가를 갱신했다. 

그런 김은희 작가의 다음 선택은 시청자들의 기대였던 <시그널2>가 아니라 뜻밖에도 '좀비물'이었다. 그리고 지상파도 종편도 케이블도 아닌, 새로운 플랫폼인 '넷플릭스'. 19금 인증을 하고 입장해야 하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을 연출한 사람은, 또 다른 반가운 이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었다. 김은희와 김성훈 감독의 콜라보, 거기에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주지훈과 돌아온 류성룡, 믿고 보는 배두나가 만났다. 이들의 이름값만으로도 이미 <킹덤>은 화제가 되었다. 화제작 <킹덤>은 과연 그 이름값을 해냈을까?

트렌드가 된 좀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좀비에 대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부두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중국 강시가 유행하니 우리 영화에도 강시와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듯이, 최근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좀비 역시 해외이주 캐릭터이니까. 

로마 카톨릭의 제의적 형식에 아프리카의 주술적 신앙이 결합하여 아이티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민간신앙인 '부두교', 이 종교에서 등장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다. 하지만 이 부두교의 좀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 달리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던 좀비가 영화와 만나며 달라졌다. 좀비 영화의 조상이라 할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움직이고 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의 ‘원형’이 등장한다. 그러던 것이 2003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2004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 후 속도감이 붙었다. 떼로 질주하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 이런 박진감 넘치는 좀비들의 공격은 이제 시즌9를 맞은 <워킹 데드> 등 미드와 <레지던트 이블>, <월드워 Z>등을 통해 장르물의 대표적 콘텐츠가 되었다. 

이렇게 해외에서 절찬리에 활약하던 좀비가 스멀스멀 우리의 장르물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생소한 장르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으며, 이어 부진했지만 <창궐>에 이어 <기묘한 가족> 등이 대기 중이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도 뒤지지 않는다. OCN 인기작 <손 the guest>를 비롯하여 <프리스트>, <빙의> 역시 좀비물의 영향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렇게 우리 장르물에 있어서 대세가 되어가는 '좀비물'에 대세의 김은희 작가가 <킹덤>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타깝게도 <킹덤>의 구성은 2018년 개봉한 <창궐>과 다르지 않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킹덤>이라지만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가진 영화와 드라마라니, 이러한 비슷한 서사와 구성의 작품들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우라까이(베끼기)'의 관행은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익숙함이 만나니 새로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이러한 논란을 차치하고, <킹덤> 역시 조선의 선조 때를 연상케 하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창궐하는 좀비와 그 원인이 되는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앞서 말했듯이 해외이주 캐릭터인 좀비, 그 외인적 캐릭터를 어떻게 우리 정서에 맞게 설득하는가가 우선 작품 성공의 관건이 된다. <부산행>에서 보여지듯, 최근 영화들이 종교적 주술에서 출발한 좀비를 방사능이나 모종의 화학 바이러스 감염 등 환경적 사회적 요인을 통해 설득해내는 가운데, 과거로 간 <킹덤>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약초에서 그 답을 찾는다. 

그리고 여기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그 의도의 불온함, 권력의 ‘불의’로부터 <킹덤>은 시작된다. 말이 왕조국가이지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의정 조학주의 조씨 일가가 실질적인 지배자인 국가. 하지만 그럼에도 혈통으로 이어지는 왕조국가에서 조학주(류성룡 분)는 자신의 딸인 중전(김혜준 분)의 출산 때까지 왕의 죽음을 미루기 위해 '생사초'를 이용한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왕은 궁궐의 연못을 시체로 메워갈 만큼 매일 밤 한 사람의 목숨을 탐하는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왕에 의해 희생된, 부산 동래에서 온 의원의 수하로 인해 동래에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 <킹덤>은 이를 역사 속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역병에서 '핑계'를 찾는다. 역병에 걸린 임금, 역병이 범람하는 고을. 여기에 알현조차 불허되는 아버지 왕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온 세자 이창(주지훈 분)와 그의 수하 무영(김상호 분). 그들이 의녀 서비(배두나 분)와 의문의 인물 영신(김성규 분)과 만나, 범람하는 역병이라 부르며 좀비로 그려지는 백성들과 대치하는 한편, 이에 무지한 채 권력에 연연하는 지방 토호와 지방 관속들과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중고를 절박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러기에 <킹덤>은 불의한 권력 조학주에 의해 '농단'되는 왕, 그런 조학주에 본의 아니게 저항하게 된 세자의 '백성을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왕도'의 길, 그리고 거기에 또 의지처처럼 등장했지만 아직은 그 존재의 정체가 모호한 안현 대감이라는 정치적 드라마를 한 축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런 정치 드라마 갈등에,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불붙듯 창궐하게 된 백성들의 역습이라는 '좀비' 장르물을 더하며, 넷플릭스 속 세계 드라마에서는 신선한 장르로 등장한다. 물론, 2018년작 <창궐>을 차치하면 우리의 장르물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무기력하지만 권력에 탐하는, 그래서 권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선조와 그런 아비와 달리 진취적이며 개혁적인 세자 광해의 대립구도는 이제 우리의 역사물에서 새롭지 않은 서사이다. 그런데 이 새롭지 않은 갈등구도를 조선 후기를 장악했던 권문세가를 등장시켜, 이들에 의해 좀비가 되는 왕의 설정으로 가면서 드라마는 장르물의 신선한 흐름으로 변주된다. 

거기에 좀비인 왕에 의해 희생된 젊은 의생의 인육을 본의 아니게 먹게 된 백성들의 급격한 좀비화, 심지어 밤만 되면 죽은 듯 활동을 멈추던 이들이 6화의 엔딩 즈음에 가서는 또 변수 '온도'를 통해 밤이 되어서도 활약을 하게 되는 설정은 역사물 그 이상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엇갈린 평가 그리고 과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하지만 이 흥미는 <킹덤>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 1, 2화에서 드라마는 좀비의 역습을 장황하게 그려낸다. 즉, 권문세가의 손아귀에 좀비가 될 정도로 무기력한 왕과, 그런 왕의 칭병, 그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동래까지 잠행을 감행한 왕세자, 그런 왕세자를 역모로 모는 조학주의 음모, 그 진행은 익숙하거나 느리거나 헐겁다. 따라서 좀비를 통해 드라마의 내용을 채워간 6부작 <킹덤>은, 좀비의 창궐에 흥미를 느낀 시청자라면 흥미롭게 6부를 완주해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전 작품에서 김은희 작가의 치밀한 스토리를 기대한 애청자였다면 6부를 완주하는 데 끈기가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이제 왕세자 일행과 서비, 영신 등이 한 팀이 되어가고, 동래를 떠난 이들이 상주에서 이미 좀비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는 안현 대감과 만나 이제 무얼 좀 하려는가 싶더니 시즌 1이 끝나버리는 지점에서는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시즌제는 좋지만, 과연 시즌 1에 걸맞은 충실한 내용이었는가에 대해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즌제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지점에서, 대부분의 시즌제 드라마가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으로 첫 시즌을 설득해내는 것과 달리, 안타깝게도 서비나 중전에 대한 연기력 논란처럼 캐릭터 구축에 설득력이 떨어지며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데 <킹덤>의 짐이 무거워진다. 또한 조학주나 왕세자 이창 역시 역사물 속 권문세족이나 개혁적 젊은 세자와 비슷하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것 역시 과제다. 그러니 그런 익숙하거나 어설픈 캐릭터와 다른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안현 대감이나 영신의 존재가 주목받는 것이다. 

좀비가 된 백성에 대한 해석도 과제가 된다. <워킹 데드>, <월드워 Z>을 통해 이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피폐화된 기층 민중을 좀비로 상징화시켰다는 평가도 있었듯, <킹덤> 역시 전란 후 끼니조차 잇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은 물론 지방권력으로부터 수탈당하는 백성의 '역습', 그 상징으로 좀비를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 역습은 동시에 불의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드라마를 그려내기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시즌2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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