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손석희 논란 본질 밀어낸 루머, 언론 받아 쓰기로 확산

기사승인 2019.01.30  14:22:52

공유
default_news_ad1

- 실검 온라인 루머가 어뷰징 보도되는 악순환…조선일보 '김광일의 입', 한 몫한 듯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손석희 JTBC 사장과 손 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웅 프리랜서 기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여성 아나운서를 지목하는 루머가 퍼져나가고 있다. 일부 언론이 사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제기하고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관련 루머가 오르내리고, 다시 언론 어뷰징의 소재가 되는 악순환이다.

지난 24일 연합뉴스는 손석희 사장이 폭행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웅 기자는 언론에 손 사장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문자메시지 등을 폭로했다. 김 기자가 폭로한 메시지에는 손 사장이 김 기자의 취업을 알선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손 사장은 김 기자가 공갈협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 기자는 특정 사건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자 손 사장이 자신에게 취업을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석희 JTBC 사장. (연합뉴스)

발단은 교통사고다.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손석희 사장이 업무용 승용차를 운전하다 후진 접촉사고를 낸 바 있다. 김웅 기자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손 사장은 동승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승자 탑승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조차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루머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손 사장의 후배 아나운서 A씨가 타깃이 됐다. 유튜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A아나운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손 사장의 폭행 의혹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동승자 의혹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동승자 탑승 여부는 손석희 사장과 김웅 기자 사이의 협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황이기 때문에 경찰수사의 주요 맥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고 언론에 보도돼 한 특정인이 피해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러한 루머를 퍼뜨리는 데 조선일보가 한몫 했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25일 조선일보는 <[김광일의 입] 손석희 폭행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란 제목의 글에서 동승자 의혹을 제기하면서 후배 아나운서를 언급했다. 김광일의 입은 유튜브 채널이지만 조선일보는 해당 영상을 보도와 같은 양식으로 포털에 송고하고 있다. 동영상도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TV로 연결되기 때문에 보도로 볼 여지가 많다.

조선일보는 "일요일 밤 늦은 시각 과천에 있는 주차장에 차가 있었고 손 사장은 손수 운전을 했는데 옆자리에 동승자가 있었다. 후배 아나운서라는 얘기도 있고, 노모였다는 얘기도 있다"며 "훗날 손 사장에게 맞았다는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폭행사건 피혐의자 손석희 씨 측이 제가 밀회 관련 기사 철회를 건으로 채용을 요구하며 손 씨를 협박했다'고 주장한다"고 적었다.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김광일의 입' 방송 캡처. (사진=조선일보 김광일의 입 캡처)

글과 함께 게재된 '김광일의 입' 방송의 제목은 <손석희 사장님.. 무슨 약점이라도 잡히셨나요?>이다. 영상에서 김광일 논설위원은 "(동승자가) 아주 젊은 후배라는 얘기도 있고 늙은 어머니였다는 말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막과 영상 구성도 문제다. 김광일 논설위원이 "과천에 있는 한 교회, 그 옆에 있는 공터 비슷한 주차장이라고 하네요. 밤 10시면 깜깜해가지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동안 "거기서 뭐하고 있던 거지?"라는 자막이 깔렸다. 이어 "손 사장이 손수 운전을 했는데 옆 자리에 동승자가 있었다, 뭐 이런 얘기가 지금 나옵니다"라고 하는 과정에서는 차량 그림에 손석희 사장의 얼굴 사진과 젊은 여성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특히 김광일 논설위원이 "아주 젊은 후배라는 얘기가 있고"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김 논설위원은 지난해 6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강진 살인사건에 대한 방송 과정에서 범행 수법과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성폭행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자극적인 방송을 했다가 방송에서 하차한 바 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손석희 사장의 동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았다. 네티즌들은 여러 루머를 제기했는데, A아나운서도 루머의 대상이었다. 손 사장과 A아나운서의 이름이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등장하자 많은 매체들이 '어뷰징'에 뛰어들었다. 손석희 사장과 A아나운서의 이름을 함께 검색하면 수십 개의 어뷰징 기사가 등장한다. 29일 글로벌이코노믹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동승자가 회사내 A아나운서가 아니냐' '손 사장이 당시 알리바이를 확실히 알리는 게 상식' '찌라시에 A 등장'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26일 아시아뉴스통신과 FAM타임스는 리드만 다르고 내용이 거의 같은 기사를 게재했는데, 기사 말미에 "일각에서는 손석희의 동승자가 동료 아나운서 A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확인된 바 없다"고 썼다. 이 두 매체는 29일에도 제목과 기사 내용이 대부분 판박이인 기사를 게재했다. 이들은 "손 씨의 차량에 같이 있던 동승자가 같은 회사의 A아나운서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자 기사를 작성한 아시아뉴스통신 기자와 FAM타임스 기자의 이름은 성이 같고 돌림자가 같았다. 29일자 기사를 작성한 아시아뉴스통신 기자와 FAM타임스 기자의 이름 역시 성과 돌림자가 같았다. 이름이 비슷한 것만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뷰징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뉴스통신 관계자는 "본사가 아닌 본부에서 한 일"이라며 "인턴이라고 한다"고 해명했고, FAM타임스 관계자는 "우리 회사 기자"라면서도 정식으로 고용된 기자냐는 질문에는 "회사 일은 확인해줄 수 없다. 이메일로 요청하라"고 밝혔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고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JTBC는 대응에 나섰다. JTBC는 "현재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A 앵커에 대한 각종 소문은 모두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가짜뉴스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의 기사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지난 28일 KBS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관음증 문제로 한 번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정적인 태도에 같이 넘어가서 그걸 보도를 하고 박수를 치고 하느냐. 관음증을 자극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우리가 관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동승자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상업적 찌라시가 하는 행태이고, 김광일 논설위원이 한 행태도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김 논설위원은 진행자이기도 하고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이기도 한데 언론에서 거의 쓰레기 수준의 기사를 만들어 낸 것"이라며 "본인도 그렇게 하면 대중이 관심을 갖고 일파만파로 퍼질 것이란 것을 알고 악의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연우 교수는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보도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고, 설사 다룬다고 하더라도 다루는 언론들이 최소한의 원칙과 사명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저버리고 있다"며 "피해 당사자에게 인격살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협박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하면 동승자에 대한 취재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동승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상황에서 별다른 증거도 없이 특정인을 거명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면 당사자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인격살인을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입에 오르내리는 분은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언론은 먼저 사생활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보도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42
ad34
default_news_ad4
ad44
ndmediaus
ad47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3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46
ad48
default_setImage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