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도우리 객원기자] 지난 23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하태경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 ‘워마드를 해부한다’가 화제였다. 사회적 논란거리인 워마드를 전면적인 의제로 내세우고, 워마드 회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앞서 하 의원은 “워마드라는 사회악, 신적폐를 바른미래당이 초전박살 내겠다”는 정초선언을 했다. 하 의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 <하태경tv>에서 워마드를 저격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워마드를 비판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 사회자였던 이준석 의원도 최근 본인의 SNS에 워마드 비난 글을 활발히 올리고 있다.

이러한 ‘워마드 프레임’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고정 지지층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20대 남성 이탈층’의 표심을 잡고, 워마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모님’으로 높인다는 점에서 자유한국당과 선을 긋는 당의 정체성과 맞아떨어진다. 하 의원이 “워마드를 없애든지 여성가족부를 없애든지 둘 중 하나를 결단할 때”라고 강조한 것 역시 워마드에 대한 일반 대중의 혐오감을 현 정권에 대한 분노로 연결시키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실제 이날 토론장은 젊은 남성이 대부분인 70여 명의 참여자로 북적였고, 호응과 질문도 적극적이었다.

23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 제 1세미나실에서 토론회 '워마드를 해부한다' 가 열렸다(미디어스)

하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1980~1990년대 민주화운동 안에 통합진보당이라는 그늘이 존재한 것처럼, 여권 개선 운동에 워마드라는 ‘독버섯’이 있다"라며 "통진당이라는 독버섯을 그대로 둔 결과 한국이 엄청난 이념 갈등에 시달렸듯, 워마드라는 독버섯을 미리 제거하지 않으면 10~20년 뒤 우리나라를 흔드는 가장 큰 암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패널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노영희 변호사 그리고 전혜선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장으로 구성됐다. 오세라비 씨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출간으로 유명세를 탄 대표적인 이퀄리스트이며, 노영희 변호사는 안희정 전 지사의 1심 무죄판결을 옹호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바미당의 ‘워마드 프레임’은 포퓰리즘 전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가 형식상의 토론회에 그치고 실질적인 논의 및 정책적인 대안 없이 감정적 호소, 구호만 있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이날 토론회의 첫 순서는 워마드 회원으로부터 게이 포르노 합성 사진, 협박 메일 등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한 남성이 피해를 호소하는 시간이었다. 이 남성은 남성의 권리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워마드의 표적이 됐으며, 30여 명의 워마드 회원을 고소했지만 워마드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라는 점에서 피해 구제가 어려웠다는 점을 말했다. 청중들은 피해자에게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한 남성은 ‘남성 권리에 대해 올렸다는 글이 어떤 내용이었느냐’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는 여성 전용 주차장과 여성 전용 지하철 칸의 부당함을 말했다. 심지어 논제와 상관없이 “성매매 합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청중도 있었다. 이처럼 이날 자리는 ‘워마드를 해부한다’라기보다 페미니즘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이들이 ‘얼마나 악한지’를 주장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오세라비 씨가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ㅂㅅ(비속어 ‘병신’을 뜻하는 말)”이라고 표현하고, 좌중이 웃음으로 동조한 것이 단적인 사례였다.

게다가 이 자리에 토론회의 실질적 대안으로 거론된 것은 “불법적인 특정 이념을 정당화하는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워마드 폐쇄법을 발의하겠다”는 하 의원의 발언 뿐이었다. 청중에서 두 번이나 질의된 혐오 표현에 대한 차별금지법, 디지털 성폭력 예산 삭감에 대해 구체적인 토론은 없었다. 노 변호사가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법적 논의를 다루긴 했으나, 20대 남성에 국한된다기보다 사실상 우리나라 네티즌들 모두에게 적용될 이야기였다.

또한 바미당이 타겟으로 삼는 청년에 여성은 없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 의원이 “이 시대 최고의 약자는 청년 남성이다. 여성우대 법안을 모조리 조사해 효력 시한을 두겠다”고 말했다. 특히 청중에서는 ‘남녀평등을 위한 바미당의 구상’을 묻는 질의도 있었으나, “일베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미당은 ‘워마드 악마화’, ‘피해자로서의 남성 청년’ 프레임이 20대 청년층을 겨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신호를 못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20대 남성은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14.6%, 10.3%로 조사됐고,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율도 45%에 달했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 무리 안에도 편차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우리 조직 문화에서 서열적 폭력성, 성차별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최근 ‘워마드’ 커뮤니티의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토론회가 워마드 활동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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