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진실탐사그룹 셜록·뉴스타파·SBS·한겨레는 11일 동물권단체 케어가 구조 동물을 비밀리에 안락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들은 동일한 취재원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보도 시점까지 조율했다. 하지만 SBS·한겨레는 온라인 기사에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 이를 두고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음식점과 뭐가 다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은 사전적 의미로 ‘단 하나’라는 뜻이다. 단독 기사는 ‘다른 매체에서는 나오지 않은 우리만의 기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단독]이 사용되는 예는 각양각색이다. 언론은 강조하고 싶은 기사가 있거나, 다른 언론보다 조금 빠르게 기사가 나오면 [단독]을 붙인다.

[단독] 기사의 효용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JTBC는 지난해 3월 “취재 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단독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BS, 한겨레, 뉴스타파의 ‘케어 안락사 보도'. SBS와 한겨레는 기사에 단독을 붙였다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캡쳐)

‘케어 안락사 보도’에서 SBS와 한겨레는 [단독]을 붙여 온라인에 기사를 출고했다. 반면 같은 시간 보도를 한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단독]을 붙이지 않았다. 이들 매체는 같은 취재원을 두고 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며, 보도 시점까지 조율했지만 SBS와 한겨레만 [단독]을 표기한 것이다.

뉴스타파 측에선 “서로 상의를 해서 기사를 냈는데 왜 단독이라는 말을 붙이는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뉴스타파는 원래 [단독]을 표기하지 않는 언론사”라면서 “하지만 평소에 [단독]을 표기한다고 하더라도 단독을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언론사가 같이 취재를 했기 때문에 단독 기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페이스북에 “같은 시간에 같은 기사를 공개했다. 그것도 서로 상의해서”라면서 “그런데 왜 굳이 단독이라고 할까”라고 비판했다. 김경래 기자는 “사체를 처리한 업체를 찾아가서 확인한 곳도, 안락사한 개를 실제로 찾아다니며 확인한 곳도 뉴스타파가 유일했다”면서 “취재에는 게으르고 단독을 사랑하는 언론들. 좀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페이스북에 “협업과 연대는 공익을 낳는다. 경쟁은 ‘단독’과 사익을 낳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기사에 단독을 다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사에 [단독]을 거는 것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볼썽사납다. [단독]을 붙인다고 기사의 가치가 높아질까”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처장은 “모든 족발집을 가면 서로 원조라고 한다. (언론사의 단독 붙이기는) 식당의 원조 경쟁과 비슷하다”면서 “독자를 위해선 도움이 안 되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