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진실탐사그룹 셜록·뉴스타파·SBS·한겨레는 11일 동물권단체 케어가 구조 동물을 비밀리에 안락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들은 동일한 취재원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보도 시점까지 조율했다. 하지만 SBS·한겨레는 온라인 기사에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 이를 두고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음식점과 뭐가 다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은 사전적 의미로 ‘단 하나’라는 뜻이다. 단독 기사는 ‘다른 매체에서는 나오지 않은 우리만의 기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단독]이 사용되는 예는 각양각색이다. 언론은 강조하고 싶은 기사가 있거나, 다른 언론보다 조금 빠르게 기사가 나오면 [단독]을 붙인다.
[단독] 기사의 효용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JTBC는 지난해 3월 “취재 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단독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케어 안락사 보도’에서 SBS와 한겨레는 [단독]을 붙여 온라인에 기사를 출고했다. 반면 같은 시간 보도를 한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단독]을 붙이지 않았다. 이들 매체는 같은 취재원을 두고 같은 내용을 보도했으며, 보도 시점까지 조율했지만 SBS와 한겨레만 [단독]을 표기한 것이다.
뉴스타파 측에선 “서로 상의를 해서 기사를 냈는데 왜 단독이라는 말을 붙이는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뉴스타파는 원래 [단독]을 표기하지 않는 언론사”라면서 “하지만 평소에 [단독]을 표기한다고 하더라도 단독을 달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언론사가 같이 취재를 했기 때문에 단독 기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페이스북에 “같은 시간에 같은 기사를 공개했다. 그것도 서로 상의해서”라면서 “그런데 왜 굳이 단독이라고 할까”라고 비판했다. 김경래 기자는 “사체를 처리한 업체를 찾아가서 확인한 곳도, 안락사한 개를 실제로 찾아다니며 확인한 곳도 뉴스타파가 유일했다”면서 “취재에는 게으르고 단독을 사랑하는 언론들. 좀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페이스북에 “협업과 연대는 공익을 낳는다. 경쟁은 ‘단독’과 사익을 낳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기사에 단독을 다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사에 [단독]을 거는 것은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볼썽사납다. [단독]을 붙인다고 기사의 가치가 높아질까”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처장은 “모든 족발집을 가면 서로 원조라고 한다. (언론사의 단독 붙이기는) 식당의 원조 경쟁과 비슷하다”면서 “독자를 위해선 도움이 안 되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