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이 KBS특위(KBS 수신료분리징수특별위원회)를 통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나서면서 한국당이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라고 불리는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지율 회복하고 있는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KBS를 매개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의 수신료거부운동 동참에 대해 "정략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태극기 부대'의 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지지율도 20% 중반대까지 올라가 (한국당이) 자신감을 찾았다고 본다"며 한국당이 '자신감을 찾았으니 이 분들과 연대할 수 있는 게 필요한데 그게 KBS 수신료인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지지기반을 다질 필요가 생겼고,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아스팔트 우파 세력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KBS를 매개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한국당 KBS특위 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KBS 시청료 거부 신청자 1차접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 본부장은 "이 수신료 거부운동이라는 게 자유한국당에서 처음 시작된 게 아니라 일종의 보수단체 일부에서 시작돼서 한국당에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라며 "한국당이 거기에 손을 잡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신료거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보수단체는 '자유민주국민연합'이라는 극우성향의 범보수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수신료거부운동 이전부터 심재철 한국당 의원, 윤상현 한국당 의원, 조경태 한국당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을 초청해 현 정권을 비판해왔다. 이 단체의 사무실에는 '자유사랑교회'라는 곳이 함께 속해 있는데, 성창경 KBS 공영노조(제3노조) 위원장이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고성국TV'도 이곳에서 촬영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지난 7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적극 제안했다. 당시 현장에는 성창경 KBS 공영노조 위원장이 함께 동석했다. (관련기사▶KBS 수신료 거부 운동의 오늘)

이 본부장은 최근 한국당이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5.18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하려 해 당내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당이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이유는 극보수 쪽에 있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 처지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한국당은 지 씨 대신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진압했던 공수부대 지휘관 출신의 한 인사를 조사위원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자유한국당의 보수단체 수신료 거부 운동 동참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한국당은 수신료 거부운동의 근거로 KBS의 보도 편파성을 들고 있다. 특히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장 인터뷰를 사례로 꼽고 있다. 그러나 해당 방송분에서는 환영단장의 인터뷰가 나갔을 뿐, 인터뷰 앞 뒤로 패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 본부장은 '오늘밤 김제동'이 한국당 보수결집의 소재로 쓰였을 뿐이라며 "김제동 말고 다른 사례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KBS는 오히려 '지금 너무 청와대를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고 보도 편파성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한국당이 동참한 수신료 거부 운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제(10일)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이 수신료 거부 운동을 언급하며 '오늘밤 김제동' 해당 방송분을 비판했다.

KBS 출신 박상수 위원(바른미래당 추천)은 해당 방송분과 관련해 "'오늘밤 김제동' 때문에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면 KBS가 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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