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민영화·외주화 등 KT의 구조적 문제가 꼽히는 가운데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KT 통신망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고발한다. 특히 'PD수첩'은 '비용절감'을 내세우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황창규 KT 회장을 허술한 통신망 관리 실태의 책임자로 지목한다.

'PD수첩'은 오늘(8일) 밤 11시 10분 'KT 통신 부도의 날' 편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건물 화재사고와 관련해 통신구 내부와 지하 맨홀을 찾아간 결과 "통신구 맨홀 속에는 허리까지 오물이 가득 차 있었고, 방치된 통신 케이블들은 곧 절단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고 설명했다. 'PD수첩'은 KT 아현지사 통신구 내부 영상을 단독 입수, 이날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MBC 'PD수첩-KT 통신부도의 날' 예고편 갈무리

특히 'PD수첩'은 이같은 KT 통신망의 허술한 관리 실태의 책임자로 황창규 KT 회장을 지목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2014년 1월 KT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8,304명을 사실상 정리해고 했다"며 "'비용절감'을 최우선 경영과제로 내세우고 무려 8천여 명을 일시에 구조조정하면서 황창규의 KT가 한 일은 구조조정당한 퇴직자들이 자살할까봐 전국 사옥의 옥상문을 잠근 것"이라고 예고했다. 황 회장의 경영방식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KT의 공공성이 훼손된 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 아현화재 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무리한 실적 위주의 경영으로 인한 통신공공성 훼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KT 민주화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중당 등 20개 단체는 지난달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영화 된 통신업체들은 비용절감에만 매달렸고, 이는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 확산과 안전성 투자 미비로 이어졌다. 이런 폐해가 집약된 결과가 이번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KT의 회장직에 전문성이 결여된 정권 코드 인사가 임명되는 관행이 통신공공성 훼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2년 민영화 된 KT는 정부 지분이 없는 완전한 민영기업이지만, 이후에도 KT 회장 인사에는 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회장직 인사가 교체됐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통신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가 회장직에 앉으면서 친정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거나 실적 위주의 경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KT 민주화연대, 전국언론노조, 참여연대, 민중당 등 20개 단체가 지난해 12월 5일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KT의 민영화와 외주화가 아현 화재 참사를 불렀다며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이석채 KT 회장은 임기 초반 직원 5992명을 명예퇴직 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황창규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실시해 직원 8304명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KT의 공공서비스 유지 인력과 설비투자는 상당 수 줄어들고, 회사 경영은 핸드폰 판매실적 등에 집중돼 아현 화재는 '필연'이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비판이다. 실제 아현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데 투입된 인력은 대부분 KT의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이석채-황창규 회장 경영시기 KT의 전화국·동케이블 매각 문제도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회장 시절 326개였던 지사는 236개로 줄어들었고, 황 회장 시절 지사는 다시 182개로 감소됐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통신시설을 매각하며 각 지사에 통신시설 집중화가 이뤄진 것인데, 각 시설에 대한 관리 등급을 보면 공공성 훼손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아현국사 화재 당시 국회에 보고된 통신시설 관리 등급을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A~C등급까지는 29개, D등급은 354개 였다. A~C 등급 시설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아현국사와 같은 D등급은 관리대상이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D등급 중 A~C등급으로 변경해 관리되어야 할 국사는 최소 30~40개소로 추정되고 있다. D등급인 아현지사 화재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KT의 피해보상책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KT는 접수받은 피해 현황을 토대로 피해자 요금 감면과 함께 화재로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피해 상인측은 KT의 과실을 강조하며 배상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KT가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안정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피해 상인들은 오는 11일 KT를 상대로 공동소송과 불매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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