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늘(4일)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위원장 박대출, 이하 KBS 특위)를 출범시킨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한국당은 저열한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멈추라"고 비판했다. KBS도 한국당의 수신료 거부운동 주장이 공영방송의 설립 취지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이 정권을 잃고도 여전히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이번에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다시 공영방송을 협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오전 한국당은 원내대책회의 명칭을 KBS특위 연석회의로 이름 붙이고 특위를 출범시켰다. KBS특위는 나경원 원내지도부 출범 후 5대 중점 특위 중 하나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늘밤 김제동' 김정은 위인맞이 단장 인터뷰 논란, 뉴스 편향성, 천안함 사건 관련 보도 등의 문제점을 주장하며 수신료 거부운동 의사와 함께 KBS를 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전국언론노조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4년 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단독 소집해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인상했던 일이 떠올랐다. 수신료 강제징수 거부운동은 2014년과 방향은 다르지만 똑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5월 8일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를 단독으로 소집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를 편파적으로 보도한 KBS에 비판이 일었던 시기로 한국당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던 시점이다. 직후인 2014년 5월 16일,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KBS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은 김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KBS 보도에 대해 "내용을 바꿔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방송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이는 1987년 방송법이 제정된 뒤 첫 방송법 위반 유죄 판결이었다. 당시 정부여당의 언론통제, 특히 KBS 사장 임면권을 가진 청와대와 KBS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오 수석부위원장은 "공영방송을 쥐고 흔들어보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KBS는 국민의 방송이지 한국당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집단이 아니다. 이런 관행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한국당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법안으로 내세우고, KBS 저지 운동에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수신료에 대한 국회 논의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환영한다. 인상, 인하, 분리징수 전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의 근거가 자기정당에 유리하지 않다고, 혹은 정당의 목소리를 더 대변하라고 하는 것은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다.

4일 자유한국당은 원내대책회의 명칭을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연석회의로 이름 붙이고 특위를 출범시켰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와 'KBS 특위'위원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의 특위 출범에 KBS도 즉각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내어 한국당에 보냈다. KBS는 입장문에서 "제1야당이 당 차원에서 이러한 잘못된 주장을 이어갈 경우 많은 국민들에게 공영방송 제도 자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공영방송의 설립 취지와 성격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수신료 분리징수는 비합리적 주장이다. 수신료를 KBS가 직접 징수하면 오히려 지출비용만 늘고 징수율은 떨어져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때문에 법원도 2008년 수신료 위탁징수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정치권이 KBS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신료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자칫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경영을 압박해 독립성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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