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가 MBC가 보고한 올해 기본운영계획안을 반려했다. MBC 경영진은 광고매출 하락세 등을 이유로 올해 600억 원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는데 해당 적자 편성은 과도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방문진 이사들의 지적이다.

방문진은 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2019년도 MBC 기본운영계획안에 대한 비공개 논의를 이어갔다. 복수의 방문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문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기본운영계획안을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고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600억 원 적자예산 편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오늘 임시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방송문화진흥회 (사진=연합뉴스)

MBC 경영진은 올해 600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이를 방문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이유는 지상파 광고매출의 하락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은 올해 예상 광고매출을 2900억 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MBC 사장은 어제 신년사에서 올해 예산안을 짜기 위해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보니 130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며 "올해 지상파 방송의 광고 시장은 더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략적 예측이다. 그렇기에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부서들이 움츠러든 수치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구성 초기에 집계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광고매출 하락세 속에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했던 MBC의 올해 예산 편성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 지상파 광고매출 총액은 상반기 중간광고 허용 예정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65% 감소한 1조 447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C 경영진의 600억 원 적자 예산 편성은 현실을 감안한 비교적 솔직한 편성으로 보여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방문진 이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600억 원 적자 예상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측면이 있고, 광고매출액의 경우 일종의 경영 목표치로써 기능하는데 목표가 낮으면 목표달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져 조직 기강이 자칫 해이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상파 광고매출 총액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MBC의 광고매출은 통상적으로 지상파 광고매출 총액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약 3500억 원 선이다. MBC가 보고한 2900억 원은 지상파 예상 광고매출 총액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단순히 수치만을 고려하면 3500억 원 선까지 예상 광고매출액을 상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MBC 사옥 (사진=MBC)

방문진은 오늘 이 같은 비공개 논의 내용을 모아 운영계획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MBC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방문진은 MBC의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인만큼 경영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목표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MBC는 10일 예정된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방문진 이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한편, 최승호 사장은 신년사에서 "추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며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갖춰진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 유통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사원들을 독려했다. MBC는 지난해 말 김영희 컨텐츠 총괄 부사장을 임명해 프로그램 제작부터 홍보·광고·유통·디지털 부문 부서를 총괄토록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해 디지털 시대 콘텐츠 유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지상파 OTT 인 '푹(POOQ)'의 지분을 SK텔레콤 OTT '옥수수'가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판 넷플릭스'를 통한 지상파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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