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황후의 품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12월 26~27일 방송)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나왕식(최진혁)의 정체가 밝혀졌고, 소현황후(신고은) 죽음의 진실도 드러났다. 지난 26~27일 방송된 SBS <황후의 품격>에서는 두 개의 큰 사건이 일어났다. 등장인물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시작됐다. 오써니(장나라)와 나왕식이 손을 잡았고, 폐하 이혁(신성록)은 민유라(이엘리야)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민유라 살해 시도까지 했다.

역시 김순옥 작가답게 휘몰아치는 전개를 선보였다. 나왕식의 정체와 소현황후의 죽음은 모두 폐하 이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왕식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민유라의 위치도 위험해지고, 소현황후의 죽음과 얽혀있는 태후 강씨(신은경)의 자리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태후 강씨, 폐하 이혁, 민유라, 폐하의 유일한 핏줄인 아리 공주의 친모 서강희(윤소이), 나왕식, 황후 오써니까지 모든 등장인물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주인공인 오써니와 나왕식, 이혁뿐 아니라 조연들이 주는 긴장감도 만만치 않다. 폐하의 마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서강희와 민유라, 태왕태후 죽음을 둘러싼 태후 강씨와 오써니의 대립 구도 등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두가 제 몫을 해내면서 누가 누구와 어떻게 붙어도 최고의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 회에도 굵직한 사건들이 터지고, 수면 아래 감춰진 사건들의 진실이 하나둘 씩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쉽게 치부할 만한 그런 종류의 속도가 아니다. <황후의 품격>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김순옥 작가의 힘이라면 힘일 것이다.

이 주의 Worst: 골고루 상 나눠주기 참 힘들죠? <SBS 연예대상> (12월 28일 방송)

“의미 있는 베스트.. 가족상이에요?” 베스트 패밀리상을 수상한 소이현 씨가 수상소감을 말하던 중 이렇게 되물었다. 수상자 본인도 생소했던 상 이름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SBS 연예대상>에는 핫스타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베스트 MC상, 베스트 챌린저상, 베스트 패밀리상, 신 스틸러상 등 듣도 보도 못한 상 이름이 속출했다. 대개 연예대상은 각 부문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기본으로 하고 그 외에 핫스타상이나 인기상, 프로듀서상, 올해의 프로그램상 정도가 추가된다.

2018 SBS 연예대상 시상식

그런데 베스트 챌린저상이라니, 베스트 패밀리상이라니. 누가 봐도 베스트 챌린저상은 <정글의 법칙>에게, 베스트 패밀리상은 <동상이몽2>에게 주기 위한 상처럼 보인다. 실제로 베스트 챌린저상은 <정글의 법칙>의 전혜빈이, 베스트 패밀리상은 <동상이몽2>의 인교진-소이현 부부가 수상했다. 이에 더해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은 <미운 우리 새끼>, 신 스틸러상은 <가로채널>의 대표 출연자들이 받았다. 이럴 거면 각 프로그램별로 상을 나눠주는 게 덜 민망했을 것 같다.

상 이름으로 한 번 당황하게 하더니, 베스트커플 후보상으로 또 한 번 황당하게 만들었다. 작가상은 미리 영상으로 수상소감을 받아서 속도감 있게 진행했으나, 베스트커플상 후보 발표는 대상 후보 못지않게 공을 들였다. 그것도 굉장히 논란이 많았던 <짝> 내레이션으로 말이다. <런닝맨>의 전소민-이광수 러브라인을 놓고 “이제 국수 먹을 일만 남은 걸까?”라고 얘기한 것은 그나마 귀여운 과몰입이었다. 전소민-이광수, <미운 우리 새끼>의 홍진영-김종국, <동상이몽2>의 김구라-서장훈의 로맨스 혹은 브로맨스에 대해 심리학과 교수, 범죄심리학과 교수, 관상가가 그들의 마음을 분석한 것은 너무 멀리 가버린 시도였다.

“좋아하니까 만난다. 자주 만나니까 좋아한다. 이 관계는 서로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관계”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굳이 심리학과 교수의 입을 통해 들을 필요가 있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주로 연쇄살인범이나 성폭행범 심리를 분석했던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홍진영의 애교가 언 땅을 녹이듯이 와르르 녹였다”고 분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김구라와 서장훈의 나이는 4살 차이고 생일은 4개월 차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소오름”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장훈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 서장훈의 마음이 시청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2018 SBS 연예대상 시상식

베스트커플 후보 소개 영상이 끝난 후에도 MC들은 이광수가 실제로 술에 취해 전소민의 집에서 잠들었던 에피소드를 다시 끄집어내서 질문을 던졌다. 전소민-이광수와 아무 연관이 없는 인교진에게 이 행동의 의미를 묻는 것이 진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예능적인 재미를 준 커플에게 주는 것이 베스트커플상인데, 청문회 하듯이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사소한 행동에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제작진의 노력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흔히 ‘쓸데없는 고퀄리티’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SBS 연예대상> 베스트커플상 후보 영상과 각종 상 이름은 그냥 쓸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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