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에게 대상을 수여한 <2018 KBS 연예대상>의 시상 결과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이다. 올 한해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이영자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이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 이영자 이상의 활약을 보인 이는 오는 29일 열리는 <2018 MBC 방송연예대상>의 유력 대상후보인 박나래와 송은이, 김숙 등 여성 예능인이다.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박나래와 함께 유력 대상후보로 점쳐지던 이영자가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먼저 대상의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2010년부터 8년간 꾸준히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를 지켜온 공로와 올해 새롭게 선보인 <볼빨간 당신>에서의 활약이 컸다.

이영자가 <안녕하세요>에서 꾸준히 보여준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대상을 받을 만하지만, 아무래도 매니저를 앞세운 일명 ‘아바타 먹방’으로 먹방의 신기원을 보여준 MBC <전지적 참견시점>이 안겨준 임팩트보단 약해 보인다. 또한 <볼빨간 당신>은 스타 부모의 꿈을 이뤄주는 스토리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지만, 워낙 시청률이 저조하고 화제도도 낮다보니 이 프로그램 출연만으로 대상을 주기에는 다소 민망해 보인다.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영자와 함께 올해 <2018 KBS 연예대상> 대상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 이영자 외엔 받을 사람이 없기도 했다. 이영자와 함께 대상 후보에 오른 신동엽도 지난 8년간 <안녕하세요>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이미 그는 <안녕하세요>를 통해 대상을 받은 전례가 있고,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로 대상 후보에 오른 김준호 역시 <1박 2일>로 대상을 받은 적이 있고 올해 그가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었는지도 미지수이다. 그리고 유재석 역시 <해피투게더>로 대상을 받긴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해피투게더>의 부진과 혹평을 생각하면 그에게 선뜻 대상 트로피를 건넬 수 있을까.

한편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대상 후보에 오른 이동국 같은 경우에는 애초 그를 대상 후보에 올리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예전 같은 화제성은 없지만 10% 내외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챙겨주고 싶다면, 차라리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샘 해밍턴이 올라가는 게 더 이치에 맞아 보인다.

다른 방송사에서는 몰라도, KBS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음에도 이영자밖에 대상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올 한해 KBS 예능프로그램의 부진과 관심도 하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솔직히 올해 예능의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이 KBS에 있었던가? 적어도 <미운 우리 새끼>의 독주가 돋보이는 SBS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있었고, 하다못해 <나 혼자 산다>로 예능명가 명맥을 유지하는 MBC 또한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이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한다고 하나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뿐이다.

KBS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2>

물론 KBS에도 적당한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꾸준한 호평을 받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에 방영하는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가 그것이다. 시즌1 때만 해도 존재감 없던 <살림남>이 어느새 KBS 예능국의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겸 모델 김승현 가족들의 활약상이 크다. <2018 KBS 연예대상>에서는 김승현이 버라이어티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고 김승현의 부모인 김언중, 백옥자 씨는 베스트 커플상으로 만족해야했지만, 사실 세간의 관심은 김승현보다 그의 가족, 부모에게 더 쏠려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일 방영한 <살림남2>에서 오랫동안 연예인으로 활동했던 김승현이 아닌, 그의 부모와 동생이 광고모델로 발탁된 에피소드만 봐도 김승현 가족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한다.

올 한해 KBS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사람들 중에서 시청자들을 가장 많이 웃기고 울린 이는 김승현 아버지인 김언중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연예인 아들을 두었지만 지금까지 평범한 노동자와 가장으로 살아왔던 김언중은 여타 프로 방송인들처럼 화려한 입담과 정돈된 유머감각을 가진 이는 아니다. <살림남2>도 오랫동안 연예인으로 자리를 못 잡아온 아들을 위한, 마지못한 출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꾸밈없는 언변과 성격,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들의 일상을 보는 것 같은 김승현 가족의 이야기는 통했고, 어떤 가족 시트콤보다 김승현 가족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는 호평을 한 몸에 받기에 이른다.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 (방송화면 갈무리)

연예인인 김승현이 가족을 대표해서 우수상을 받긴 했지만, <살림남2>를 인기예능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김언중, 백옥자 씨야말로 올해 이렇다 할 프로그램과 인물이 없었던 KBS 예능국의 자존심을 세운 얼굴들이다.

최근 연예인 가족들의 방송 출연이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기도 하지만, 유독 김승현 가족에 대한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오직 가족을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성실히 살아왔던 우리들 부모님을 보는 것 같은 친근함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이영자에게 대상을 안겨준 <안녕하세요>야말로 일반인들이 예능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프로그램의 원조다.

이렇게 프로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에 가까운 연예인 가족, 혹은 일반인이 지상파 예능의 상징이 된 현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가 점점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지상파 예능들은 종편, 케이블, 온라인 개인 방송으로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적수 없었다는 이영자의 대상으로 막을 내린 <2018 KBS 연예대상>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잃어가는 지상파 콘텐츠의 위기와 현실, 가능성이 공존하는 시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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