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새로운 골목을 찾을 때마다, 백종원과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를 오르게 하는 문제적 가게의 농도도 짙어지는 것 같다.

지난 19일, 화제의 포방터 시장을 뒤로하고 숙명여대 인근 청파동 하숙골목을 찾은 <골목식당>. 새로운 골목 탐방 시작과 함께 청파동 골목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을 피자집을 찾아간 <골목식당> 카메라는 장사 대신 컴퓨터에 몰두하는 피자집 사장의 해맑은 표정에 주목한다. 식당에서 쉬는 시간에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만질 수 있지만, 홀도 아니고 주방에서 태연히 그것도 겨울 점퍼를 걸쳐놓은 의자를 주방에 배치하고 컴퓨터에 몰두하는 사장의 모습은 손님의 입장에서 봐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그래도 피자의 맛만 있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백종원이 <골목식당>에서 늘 강조하는 식자재 관리, 위생, 서비스 정신 등 ‘기본’이 없다보니 음식 맛이 있을 리가 없겠다. <골목식당>에 먼저 등장한 성내동 피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자신이 만드는 피자에 자신은 있지만 애초 피자를 염두에 두고 요식업 창업을 한 것은 아니며, 심지어 피자를 접을 수 있다는 사장님.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진 사장이기에 이런 쿨한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지 <골목식당>에 나온 그의 배경을 살펴보니, 캐나다와 미국에서 몇 년간 유학을 하였고 여러 동아리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요즘말로 ‘핵인싸’ 사장이었다.

가게 홍보를 위해 여러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도 현재 본업인 요식업에 충실해야 대외활동에서 오는 시너지가 큰 법.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골목식당> 청파동 골목 편 욕받이로 등극한 청파동 피자집 사장은 백종원이 싫어하는 모든 것, 그리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식업 종사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보여줬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비단, 청파동 피자집뿐만 아니라 <골목식당>에는 문제적 태도를 가진 요식업 초보 창업자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했다. <골목식당> 초반에도 백종원은 물론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했던 식당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식당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거의 없었던 초보 사장들이 대거 등장하여 백종원을 아연실색하게 한 뚝섬 편 이후, <골목식당>에는 식당 운영 경험도 거의 없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초보 사장들이 매 편 1~2명씩 등장한다.

대전 청년구단 편처럼 솔루션 대상 가게들이 모두 총체적 난국처럼 보이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포방터 시장, 청파동처럼 백종원도 감탄시키는 숨겨진 장인들이 등장하는 골목에서도 홍탁집 아들, 청파동 피자집처럼 시청자들의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게 하는 가게들이 등장한다.

혹자는 <골목식당>을 두고, 백종원이 새로운 골목을 탐방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쎈 빌런과 싸워 그 빌런을 사람으로 만드는 수퍼히어로물과 비교하기도 한다. 요식업 창업에 대한 경험도, 자세도 부족했던 사장들이 요식업의 대선배인 백종원을 만난 이후 급격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백종원의 인간갱생 프로젝트’를 보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엄밀히 말하면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의 일시적인 한숨과 짜증, 분노를 일으키는 초보 사장들은 슈퍼 히어로물에서 영웅의 행보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빌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적어도 식당 운영에 있어서만큼은 백종원과 대적할 능력과 힘도 없을 뿐더러, 처음에는 백종원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결국은 백종원의 조언과 질타에 순응하고 백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물론 뚝섬 경양식 사장처럼 백종원과 끝까지 대치하는 솔루션 대상자들도 간혹 있다).

백종원도 이를 잘 알기에, 아무리 경험 없는 초보 요식업 창업자임을 감안해도 위생이나 식자재 관리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무지한 초보 사장들에게 열변을 토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골목식당> 출연 이전에도 요식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셀럽 백종원이 <골목식당> 이후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렵게 창업을 시도했지만 경험과 노하우 부족으로 고전하는 사장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주면서 그들이 가진 능력치를 끌어 올리는 쾌감에 있다. 뿐만 아니라 백종원은 냉정하고 날카로운 지적으로 <골목식당> 사장들에게 종종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사장들이 변화에 대한 열의와 개선된 자세를 보여주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품성도 갖췄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이 요식업 종사자로서 함량미달 초보 사장들을 변화시키는 극적인 서사로 인기를 얻은 덕분인지 <골목식당>에는 매번 백종원과 시청자들의 충격을 자아내는 문제적 가게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들을 통해 화제를 얻고 이 문제적 가게들이 백종원의 질타와 훈련 하에 얼마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가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들도 달라진다.

<골목식당>에서 청파동 피자집과 같은, 누가 봐도 문제적 가게를 섭외한 것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극적인 요소와 서사를 기대했기 때문일 터. 과연 이번 청파동 피자집 사장을 출연시킨 <골목식당>의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갈수록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골목식당>이 놀랍고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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