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중요인물 셋이 모인 자리에서 죽음이 발생했다. 자발적이지만 이를 부추긴 이는 '붉은 울음'이었다. 우경과 지헌, 그리고 수현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선택한 민하정. 그녀는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붉은 울음'은 정말 누구일까? 의문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숨은 얼굴 찾기;
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변주, 붉은 달과 붉은 울음 사이 답이 있다

친구가 보내준 우경의 어린 시절 생일 사진은 그녀의 기억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과거 기억 속에 엄마가 선물해줬던 '녹색 원피스'를 받은 우경. 그녀의 행복은 자신 앞에 등장한 '녹색 옷을 입은 아이'에 의해 빼앗겼다. 녹색 옷을 입고 행복해 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밀친 어린 우경의 모습이 그녀가 기억해낸 모든 것이었다.

민하정은 딸 빛나에게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며 그녀는 빛나를 오직 공부하는 기계로 키울 뿐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게 만드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 생각한 하정의 방식은 목적을 위해 폭력이 수단이 되어도 좋다는 자기합리화로 이어졌다.

과외 선생과 다정한 빛나. 그런 딸이 공부 박스에서 은밀하게 문자를 주고받고 있음을 알고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엄마의 잘못된 애정은 그렇게 스스로 합리화시키며 폭행으로 이어졌다. 처음이 힘들지 시작된 폭력은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기억이 돌아오다 멈춘 우경은 집에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 했다. 가족사진과 자신의 과거 사진들을 조합해보면 기억이 되돌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집 창고의 모든 짐은 사라진 뒤였다. 새엄마인 진옥이 모두 버린 상태였다.

진옥의 행동은 이상하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우경이 과거 기억을 되찾는 것을 막고 있다. 진옥은 왜 막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 비밀 속에 우경의 과거도 존재한다. 우경의 행동을 막기 위해 진옥은 이혼한 민석을 찾을 정도였다.

민석에게 우경이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어린 딸 은서가 아빠와 그와 살고 있는 여자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로 우경을 압박하고, 자칫하면 딸도 빼앗길 수 있다면 그녀의 과거 찾기를 막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우경이 더는 과거의 기억 찾기를 멈출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우경의 친모는 사망했지만 이모는 존재한다. 이모를 찾으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을 잘 아는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동생 세경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새엄마는 자신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풀어줄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모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줄 존재다. 하지만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소도 찾을 수 없다.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우경이 자신의 과거를 찾는 동안 지헌과 수영은 하정이 '붉은 울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수색영장을 앞세워 그녀의 집을 뒤졌다. 소통하는 뭔가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하정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당한 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붉은 울음'은 알려준 방식대로 잘 따랐다면 경찰은 절대 추적할 수 없다는 말만 한다. 실제 하정의 휴대폰과 노트북에서는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하정이 '슬래셔 무비' 사이트를 찾고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그곳이 '붉은 울음'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임을 지헌과 팀은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을 피해간 하정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딸 빛나였다. 빛나가 좋아하는 과외 선생이 사실은 엄마와 사귀는 사이란 것을 뒤늦게 우연히 목격하며 빛나는 분노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빼앗은 엄마는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대학만 가면 이 지독한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과 그렇게 막연하지만 과외 교사와 사랑도 꿈꿨는데 무너졌다.

빛나는 참지 못하고 우경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자신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공부 박스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감시 당해왔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우경의 신고로 체포된 하정. 한때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아동 폭행범과 하정이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우경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빛나는 우경에게 "우리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그 발언은 현실이 되었다. 그 발언 후 체포되었고, 아동 폭행을 시인한 후 풀려난 하정은 '붉은 울음'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지헌과 팀은 바빠졌다. 행적을 알 수 없는 하정이 '붉은 울음'과 접속했고, 그가 움직였다.

추적에 나섰지만 지헌은 우체국을 정점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보고 확신했다. 현재 자신들이 쫓고 있는 '붉은 울음'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붉은 울음'은 그렇게 자신을 추적하는 형사들을 따돌렸다. 그리고 대담하게 지헌 앞으로 배달시킨 물건에 민하정이 다음 타깃이라는 경고를 했다.

하정은 그 시간 우경과 빛나를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딸을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마지막 만남을 가진 후 하정은 스스로 우경 앞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연쇄 살인이 '붉은 울음'을 추적하는 사람들 앞에서 벌어졌다. 과연 '붉은 울음'은 누구란 말인가?

빛나가 우경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그러다 우경의 딸 은서에게 읽어주던 동화책을 발견했다. '붉은 달 푸른 해'라는 제목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원작으로 한 동화책이다. 호랑이가 어머니를 잡아먹고, 어머니 탈을 쓰고 두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 했다는 이야기다.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로 도망간 남매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 여동생은 해가 되고 오빠는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책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붉은 울음'은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붉은 달은 오빠를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붉은 해 푸른 달'이 정상적인 의미다. 그런 점에서 비튼 제목의 '붉은 달'이 남자가 아닌 여자일 수도 있어 보인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사건 속에 우경이 있단 점이다. 명확하지 않지만 하정이 죽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통해 '붉은 울음'과 소통하는 과정에 우경도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우경이 과거의 기억을 봉인 당한 채 살아가며 그녀도 알 수 없는 다중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아이를 구하려는 우경과 그리고 그렇게 아이를 폭행하는 부모를 죽이는 역할까지 다양한 인격을 통해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홀로 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붉은 울음'은 몇 명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하나의 팀처럼 운영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동화책의 내용과 우경의 과거에 '붉은 울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과거의 기억이 완벽하게 복원되면 모든 의문은 풀리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아동 폭력'이라는 잔인함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명료해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복잡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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