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 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10명 중 3명이 사망한 가운데, 언론이 대성고 재학생을 상대로 무리한 취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들이 대성고 인근 지역과 페이스북에서 대성고 재학생에게 피해 학생에 대해 묻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에 “취재 목적 달성을 위해 피해 학생 친구에게 접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9일 현재 서울 대성고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올린 사진에 따르면 조선일보·TV조선·동아일보 등의 기자들은 대성고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대성고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기자들의 메세지.

이들은 “3학년 1반 학생들 주소록을 얻을 수 있냐”·“3학년 선배 번호 아는 분 있나”·“혹시 (사고를 당한 학생들과) 친구인지 여쭤보려고 연락했다”·“(피해 학생들은) 평소 어떤 학생이었는지, 어떤 친구였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고인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목소리라 생각하시고 말씀 한번 부탁한다”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서울 대성고 인근에서 기자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생들은 서울 대성고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신내 근처 PC방이나 맥도날드에서 기자들이 ‘피해 학생 이름 아냐, 몇 학년이냐, 어떤 기분이냐’ 묻는데 소름이 돋는다”, “학교 일이니 말하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말씀드려도 이제 성인 아니냐고 말씀하시면서 저랑 논쟁 벌이셨던 (기자)분 제발 그러지 말라”, “심지어는 친구가 죽었는데 감정이 어떠냐 안타까움 같은 거 말해줄 수 있냐 물어본다”는 목격담을 올렸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언론사들은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에 어긋나는 취재 활동을 한 것이다. 재난보도준칙에 따르면 언론사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인터뷰에 응한다 할지라도 질문 내용과 질문 방법,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해야 한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진 후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에서 언론사의 과잉 취재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우리 방송 보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 재난방송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 유족들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취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청소년들도 보호가 필요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성고 정문 앞에 있는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고삼석 상임위원은 “(피해자의)친구들과 가족들이 큰 충격에 빠져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취재가 과열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위원은 “일부 기자들이 해당 고등학생 친구들 SNS 메신저를 통해서까지 상황과 심정을 취재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친구를 잃은 동료 학생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 고려해서 취재 과정에서 신중하게 이 사안을 다뤄주고 세심하게 피해 가족들을 배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학생들의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취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피해자의 친구들은 충격이 큰 상태”라면서 “관계 당국에 취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지인을 인터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기자들이 희생 학생 친구에게 접촉해 문제가 된 바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취재 목적 달성을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보도 준칙을 만들었는데 그걸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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