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최대 주주인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가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런데 취재기자 외에도 행사기획자, 웹서비스 개발자를 함께 모집하고 있다. 특히 행사기획자는 건축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수익사업에 언론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땅집고 로고. (사진=조선일보 기사 캡처)

지난 14일 땅집고는 채용 공고를 냈다. 땅집고는 지난 2016년 12월 1일 조선일보 사내 벤처로 출범했고, 2019년 1월에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새 출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원을 모집하고 사세를 키우려는 차원에서의 인력 채용인 것으로 보인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땅집고의 주요 업무는 부동산과 건축, 인테리어와 관련한 뉴스 및 정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기업과의 공동 마케팅, 교육·강연·이벤트·전시, 건축중개서비스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다. 채용 부문 중 행사기획자는 건축 관련 교육·강연·이벤트·전시 기획 및 운영, 건축 중개 서비스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신문 사업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업종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신문·방송 외에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신문 구독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언론이 디지털에 목을 메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창업을 지원하거나,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은 회사로서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 언론으로 출범할 회사가 부동산 관련 수익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냔 것은 별도의 문제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플랫폼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취재기자를 운용하는 순간 언론의 책무를 피할 길은 없다. 땅집고는 현재까지는 부동산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유튜브 방송을 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 공고 대로 건축 중개서비스 등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편집과 사업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월 25일 조선일보가 포털에 송철한 땅집고 홍보기사를 보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조선일보는 <땅집고 제휴 소개 기사> 기사에서 "'땅집고'는 조선일보가 만든 국내 1위의 '부동산 종합 플랫폼'"이라며 "부동산·건축·인테리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은 물론 기업과 공동 투자·제휴 형식의 각종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땅집고는 부동산·인테리어·건축·부동산 금융 분야에서 제휴 업체들과 다양한 사업도 펼쳐가고 있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을 기본적인 업무로 하며, 사회의 공적 기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영리 추구 목적으로 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중개 서비스와 같은 것을 한다면 기사를 쓰고 홍보수단으로 삼아 물건을 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순수하게 언론활동을 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이익이 연관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포털 기사 송출 문제도 있다. 땅집고는 현재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를 조선일보 명의로 포털에 송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별도 법인이 출범되면, 땅집고는 더 이상 조선일보 명의의 기사 송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정기간행물 등록을 한 매체를 대상으로 포털 진입 여부를 심사하며, 심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언론활동을 해야 한다. 앞서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일본어판 자회사인 연예매체 더스타 기사를 조선일보 명의로 송출했다가, '제3자 전송'으로 48시간 포털 노출이 중단되는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더스타는 폐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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