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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영리병원', 시민단체 "원희룡 민의 거슬러"

기사승인 2018.12.06  1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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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론조사 정면 위반, 내국인 환자 '진료 거부'에 해당"… 원희룡 "불가피한 선택"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민의를 거슬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 지사가 영리병원 허가 여부에 있어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허' 권고를 따르지 않고 돌연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원 지사에 대한 퇴진요구가 일고 있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를 모아 병원을 설립하고 발생한 이익을 배당하는 일종의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을 의미한다. 영리병원의 경우 의료법인이 아니더라도 설립이 가능하며 발생한 이익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모든 민간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의료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나 의료 법인만이 설립 가능하며 발생한 이익 역시 병원에 재투자하도록 되어 있다.

원희룡 지사는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 허가했다고 밝혔다.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허가라는 설명이다. 녹지국제병원은 800여억원이 투자된 성형·피부 병원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외국인만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가 난 5일 오후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제주도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같은 시각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공론조사 권고에 대한 입장 변경을 비판하며 원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반대여론이 높아 보건의료정책심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도지사의 허가 결정이 쉽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숙의형 공론조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꾸려진 공론조사위는 공론화 절차를 밟아 제주도에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58.9%로 '허가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약 20%p 높게 나타났다. 원 지사가 돌연 허가를 내주면서 공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 된 것이다.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민의를 거스른 도지사의 결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부로 원 지사 퇴진 구호를 내걸고 제주도청에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며 원 지사에 대한 '퇴진 촉구' 의사를 밝혔다. 

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이유는 의료공공성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의료법상 외국인 환자만을 가려 받는, 즉 국내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은 '환자 거부'에 해당돼 불법에 속하고 이 문제를 별도의 조례 마련 등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사실상 '의료 영리화'의 첫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다.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를 따른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법인의 종류와 요건 등은 도조례로 정하는데, 도조례를 정할 때에는 미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내국인 환자에 대한 '진료 거부'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제주도에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오 국장은 "특별법에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은 없을뿐더러 의료법에서는 모든 환자들에 대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의료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 국장은 "보건복지부의 해석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녹지국제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기 때문에 국내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지 안 받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2016년 발행한 자료에서 내국인도 녹지국제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한편, 원 지사는 이번 허가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이미 절차에 따라 병원의 투자와 설립이 완료된 상태이고, 헬스케어 타운 관광 단지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비영리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정부가 시설을 떠안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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