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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여성용은 되고 남성용은 안 된다?

기사승인 2018.12.03  13: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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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리의 미러볼] 성기 본뜬 성인용품 논란에 대하여

‘일반인 실제 음부를 본떠 제작’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에 등장해 논란이 됐던 남성용 성인용품 마케팅 문구이다. 그동안 여성기 형태를 모방한 성인용품은 많았지만 얼굴 사진과 함께 ‘평범한’, ‘미술 전공 학생’ 등의 프로필로 실제 인물을 내세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구도는 ‘성적 대상화’ 대 ‘성적 개방화’였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성인용품을 두고 성적 개방화 입장 다수는 ‘딜도는 되는데 오나홀은 왜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여성용 성인용품 중에서도 남성기 모양인 경우가 있는데 왜 남성용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비난의 일부는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는 여성 인사 은하선 씨에게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평범한 미술 전공 남대생 실제 성기를 본떠 제작’이라는 마케팅 문구라면 어떨까? 똑같이 ‘수수함’과 ‘쑥스(러움)’을 계속 강조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이런 상품은 나오지 않는다. 여성에게 수요가 없는 것은 물론 기피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평범함을 강조하는 성인용품 광고(사진=성인용품 홈페이지 갈무리)

그래서 이번 성인용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노골성 그 이상이다. 00와 000, 그러니까 여성용과 남성용 성인용품에 각각 덧입혀진 섹슈얼리티의 맥락 전체다. 

‘남성은 서사화, 여성은 스펙터클화된다’는 말이 있다. 많은 콘텐츠에서 남성 인물은 모험을 떠나 역경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서사를 갖지만, 여성 인물은 그런 남성 주체가 최종적으로 얻게 될 아름다운 스펙터클로만 묘사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섹슈얼리티 영역에서는 여성은 스펙터클조차 되지 못한다. 클로즈업화된다. 입술, 가슴, 성기, 다리 등이 신체들이 분절돼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절된 끝에 벌린 입 심지어 발바닥, 겨드랑이에까지 여성기를 접합시킨 성인용품들이 즐비하다. 여성의 신체는 물론이고 간호사, 여경, 승무원, 여고생 등 특정 정체성도 성적 기호로서 파편화돼 버린다. 여성의 성기 환원주의이면서, 성기의 여성 환원주의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일반인’, ‘평범’에 대한 강조가 성 산업에 동원되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환상도 공고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이 성매매 산업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젠더적, 계급적 구조까지 조각나 없어져 버린다.

남성용 성인용품을 문제 삼는 것은 쾌락의 출처를 묻는 일이다. 여성의 신체는 물론이고 정체성, 인격 모두 과잉으로 성적 기호화되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이런 의미에서 섹스 돌, 섹스 로봇은 겉모습과 달리 온전한 몸체라고 볼 수 없다. 하나의 거대한 여성기 집합체에 가깝다. 파편화된 여성 기호들의 백화점식 종합이기 때문이다.

단지 성인용품만의 문제일까? 포르노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웹하드 카르텔로 다시금 불거진 불법 촬영물에서 사적 영역이 클로즈업되고 인격이 조각난 여성들의 모습이 그렇다. 일반 제작용 포르노도 다르지 않다. 남성 배우의 얼굴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여성 배우의 얼굴과 신체 프로필, 목소리는 필수적이다. 이는 자동차, 패스트푸드처럼 굳이 성 관련 상품이 아니어도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곧잘 동원되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파편화, 즉 여성 혐오는 가부장 남성성의 고질적인 쾌락의 토대였다. 웹하드 업체가 ‘유작 마케팅’을 기획했고, 실제로 더 잘 팔렸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인격의 파편화를 넘어 소멸 자체가 쾌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포르노라기보다 불행 포르노다.

가부장 남성성의 성적 쾌락이 여성 착취로 얻어낸 불구였다면, 여성의 쾌락은 딱 착취된 만큼 억압돼 불감증에 빠져야만 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이다. 실제 성기를 본떴다는 성인용품 마케팅에서조차 수수함과 쑥스러움을 계속 강조한 것도 그렇다. ‘청순하되 섹시하고, 섹시하되 청순하라’는 가부장 사회의 클리셰다. 실제 인물과 실제 성기까지 내세운 업체조차도 가부장 남성성이 요구하는 역할 수행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실제 성기를 본뜬’ 성인용품은 결코 성 개방의 징조가 아니다. 가부장 욕망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고착화다. 남성들이 그동안 말했던 ‘성 개방’이 이와 같았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저서<남자 마음 설명서>에서 ‘한 여성을 공유했다’거나 ‘가슴골을 적당히 과시할 줄 알아야’라고 서술하며, 에필로그에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공고한 금기’ 운운한 것이 대표적이다. 많은 남성 인사들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성적 보수화나 억압으로 치부한 반응도 그랬다. 하지만 정작 고루하고 지루한 것은 대체 어느 쪽일까.

남성들은 섹슈얼리티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야 한다. 단순히 성기가 있고, 성 기능이 그럭저럭 유지된다는 것만으로 괜찮지 않다. 여성을 파편화, 대상화하지 않고서 쾌락을 온전히 세울 수 없다면 말이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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