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때 아닌 위원장 비토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노웅래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8일 한국당 의원들보다 30분 앞서 KT통신구 화재현장을 방문한 것과 신동아 인터뷰에서 과방위 현안 관련 답변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법안 처리가 주요 안건인 이날 전체회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관련 의사 진행 발언으로 40분을 소비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법안처리를 돕기 위해 방통위원장, 과기정통부 장관 등이 참석하고 있었다.

이날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시작부터 한국당 의원들이 노웅래 위원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먼저 한국당은 서울 아현동 KT통신구 화재 현장방문을 문제 삼았다. 노 위원장이 일부 의원들과 30분 먼저 현장을 방문한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위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화재현장을 방문해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오후 1시 30분 노웅래 위원장은 박광온 민주당 의원,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과방위원들과 함께 KT통신구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반면 정용기, 김성태, 최연혜 의원 등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오후 2시 화재 현장을 찾았다.

한국당은 당초 오전에 화재현장을 방문하려다 여당 간사로부터 '함께 가자'는 요청을 받고 일정을 협의했는데, 노웅래 위원장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당이 오후 2시에 출발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협의가 되지 않았고, 노웅래 위원장이 굳이 1시 30분에 현장을 먼저 찾았다는 주장이다.

노웅래 위원장은 "여야 간사들이 안건이나 현장방문이나 의견을 모아주면 존중하는 게 맞지만, 모아지지 않으면 제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오전에 가자는 사람이 있고 오후에 가자는 사람이 있다면 강행이 아니고 본연의 업무를 한 것이다. 한국당이 원하는 시간이 안 돼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5일 발행된 노웅래 위원장의 신동아 인터뷰도 문제 삼았다. 노 위원장이 한국당을 비판했다는 주장이다. 노 위원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은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보수 세력 탄압이라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그건 가짜뉴스 만드는 세력이 보수세력이라는 걸 자인하는 셈 아닌가. 게다가 국회에 제출된 가짜뉴스 규제법안 11개 가운데 9개가 자유한국당이 낸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라고 답한 바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노 위원장이 "야당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언성을 높이며 사과를 요구했다.

KT는 방송통신 분야의 거대기업으로 국회가 우선적으로 살펴야 할 핵심 업체 중 하나다. 또한 KT 통신구 화재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은 터였다. 특히 과방위는 KT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과방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와중에 여야 위원들이 일정을 맞춰보려 했지만 조율이 되지 않아 과방위원장이 30분 먼저 현장을 방문한 게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물론 한국당 위원들 입장에서 섭섭할 수는 있다. 문제가 될 것이라면 언론 노출 빈도 정도일 것이다. 현장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먼저 도착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게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노 위원장은 KT통신구 화재 발생 직후 과기정통부에 자료를 요청해 'D등급 통신시설 현황'을 제출받아 언론에 공개하고, KT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과방위원장으로서 의미 있는 자료를 공개하고, 후속활동을 하는 도중 다른 당 의원들과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것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란 얘기다.

노웅래 위원장의 신동아 인터뷰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한국당은 신동아 인터뷰 제목이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과방위원장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자당을 비판했다는 것과 과방위 논의 사항을 과방위원들 동의 없이 말해 합의사항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위원장으로서 개인의 의견을 말하면 안된다는 것인데 노 위원장은 위원장이기에 앞서 국회의원이다. 과방위 의사 진행에 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언론인터뷰를 문제삼는 것은 과하다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국회의원은 국민과 지역구 주민을 대표해 정치적 의사를 언론에 전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당의 주장은 오히려 의원의 직무를 방기하라는 것과 같다. 물론 상임위원장을 맡은 의원들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임위의 운영과 회의 진행에 있어 한정되는 얘기다.

또한 굳이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불만을 제기해 회의를 지연시키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의사진행에 필요하거나 이견이 있는 부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려면 과방위원 명의의 성명이나 당 차원의 논평 등을 통해 제기하는 게 온당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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