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가 지난 5월 검거됐지만 대체 유사 사이트의 등장으로 웹툰 작가들의 경제적·심리적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불법 복제 사이트 심의·차단 과정을 축소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해당 상임위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심의 권한을 가질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불법 사이트 근절로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웹툰협회 주최로 '웹툰 도둑 잡아라!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영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 연제원 웹툰작가협회 회장, 윤태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 박정서 다음웹툰컴퍼니 대표, 한민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이명규 투믹스 운영기획 팀장,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 등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해 정부대책의 한계를 짚고, 불법 웹툰 사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웹툰협회 주최로 '웹툰 도둑 잡아라!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밤토끼', 웹툰 작가 생계에 직격탄... '제2의 밤토끼'로 피해 여전

지난 5월 검거된 국내 최대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는 2016년부터 약 9만편의 웹툰을 불법으로 제공했다. 밤토끼의 배너 광고는 개당 1000만원, 한 페이지에 최대 30개까지 올릴 수 있었다. 웹툰 업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7240억원으로 밤토끼로 인한 피해액은 2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 누적된 불법웹툰 피해 작품 수만 7056편, 네이버·다음·레진코믹스 등 웹툰플랫폼 트래픽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밤토끼 검거 이후에도 제2, 제3의 밤토끼가 생성돼 웹툰 작가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얼 기준 밤토끼가 가지고 있던 트랙픽의 53.7%가 유사사이트들에게 돌아간 실정으로 이들 사이트의 트래픽은 달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가 개인별 사례를 살펴보면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한 작가들의 피해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대 중반 여성 작가 A씨의 작품은 2017년 8월에 연재를 시작한 직후부터 불법 사이트에 도용됐다. 도용된 사이트가 5개 미만이던 연재초와 비교해 올해 2월 기준 해당 웹툰을 도용하고 있는 사이트는 20개에 달했다. 구글에 해당 작품을 검색하면 정식 연재 사이트보다 불법 도용사이트가 먼저 도배되는 실정이다. 밤토끼가 검거되기 전 A씨는 유료수입을 올린 적이 없다. 장르 순위 40위에 머물던 A씨의 작품은 밤토끼 검거 직후 1위에 올랐고 현재도 10위권 안을 유지 중이다.

40대 초반의 남성 작가 B씨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웹툰을 연재하고 있지만, 밤토끼 검거 전후로 최고매출과 최저매출이 10배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인기 만화 작가인 B씨는 유료수익이 확실히 예상되는만큼 최저임금 보장 수준으로 수익 배분을 조정했지만 밤토끼 등장 이후로 유료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웹툰작가협회가 인터뷰를 통해 불법 웹툰 사이트에 의한 유료매출 피해 평균을 분석한 결과 평균 70~80%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작가들은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까지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작가들 '저작권법 개정' 주장하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법 웹툰 사이트의 심의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작가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현행 불법 웹툰 사이트의 차단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저작권보호원 신고→저작권보호원 사실관계 확인→문체부 검토→문체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문 발송→방통심의위 심의 및 접속차단 명령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접속차단에 이르기까지 신고 후 최소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발생하는 피해를 막을 수 없는 문제는 물론이고 제2, 제3의 밤토끼 생성은 몇 시간만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권한에 따른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리적인 문제도 있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국은 저작권 침해 사례 뿐 아니라 음란물·폭력물 사이트 등 유해·불법 사이트를 총 망라해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심의국 인력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유해·불법 사이트 전부를 심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웹툰이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유통정보 분류 중 '그밖의'에 해당하는 9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난해부터 계류돼 있다. 골자는 문체부 장관과 문체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차단 권한을 부여, 저작권보소심의위원회의 심의만으로 불법 사이트 차단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단체를 비롯해 법사위 안에서도 제기된다는 점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는 민간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추천 심의위원으로 구성되는 다소 독특한 정체성을 띄고 있다. 2007년 정부조직개편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하면서 과거 방송위원회 내 심의부분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업무가 통합돼 2008년 민간기구로 탄생했다. 그 배경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정부가 심의 권한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정부여당 추천 몫의 심의위원이 다수로 구성되는 현 방통심의위에 여러 논란이 있지만 '민간기구'라는 성격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심의 권한은 사실상 문체부로 이관된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빠르게 근절할 수 있게 되는 동시에 정부가 임의적인 판단으로 특정 사이트를 심의·차단할 가능성 역시 공존하게 된다. '불법 복제 사이트를 차단해야 한다'는 당위의 맞은 편에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셈이다.

문영호 문체부 저작권국장이 전한 개정안 법사위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고민이 드러난다. 문 국장은 "어제 법사위 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고, 보류됐다. 방통심의위측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의 경우에도 표현행위 금지를 제한적으로 해야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어 방통심의위에서 전적으로 (권한을)행사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처간의 권한 다툼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심의'라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뿐 아니라 법사위 위원 일부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고 있고, 오픈넷·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에서도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지난 2월 성명을 발표해 "정보기본권인 정보접근권을 중대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내놨다. 문 국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심의 내용 공개, 이의신청 절차 법적 근거 마련 등의 대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구조적 한계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웹툰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세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명규 투믹스 운영기획팀장은 "작가협회·플랫폼 사업자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정부 부처와 통신사들이 연계해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단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지원과 함께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업계와 정부부처를 아우르는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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