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매일경제가 포털·게임 등 IT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에 대해 대대적인 비난에 나섰다. 매일경제는 '판교 테크노밸리 덮친 민주노총' 등의 자극적 제목으로 노조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매일경제 기사에서 비난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악의적인 부분이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매일경제 로고. (사진=매일경제 홈페이지 캡처)

매일경제, IT노조에 대대적 공세

12일자 매일경제는 1면에 <판교 테크노밸리 덮친 민주노총> 기사를 게재했다. 부제목은 <"노조설립 전폭 지원합니다">, <정의당과 함께 전방위 공세>, <카카오 등 3천명 넘게 가입>, <경영간섭에 IT업계 '홍역'>, <판교 덮친 민노총 회오리>였다.

매일경제는 "변호사가 필요하면 변호사를, 노무사가 필요하면 노무사를, 모집책이 필요하면 모집책을 지원해 드립니다"라는 인용문구로 기사를 시작했다. 매일경제는 "요즘 출퇴근 시간대 판교역 주변은 어깨띠를 두른 정의당 소속 운동원들이 주변 IT 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노조 결성과 가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홍보물을 나눠주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화염병을 던지는 시대 용어인 '모집책'이란 용어를 들으니, 별다른 쟁의도 없는 회사에 외부 세력이 개입해 분란을 일으키겠다는 노골적인 표현 같아 매우 꺼림칙하다"는 한 직장인의 멘트도 인용했다.

매일경제는 "IT와 게임업계는 그동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입김이 미치지 못했던 분야지만 올 들어 민주노총의 집중적인 지원에 힘입어 네이버에 이어 넥슨,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IT업체에서 잇달아 노조가 결성됐다"며 "안랩도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결성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노조원 숫자도 벌써 3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이들 판교 IT 기업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 산별노조의 개입을 받으면서 조직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며 "일부 회사 노조에는 아예 민주노총 측 인사들이 상주하면서 협상 초기 교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4면에는 <노조 반대로 안랩 분사 무산…카카오엔 제2노조 조짐도> 기사를 게재했다. 매일경제는 "민주노총과 정의당의 노조 결성 캠페인과 조직적인 개입이 노골화하면서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에서는 회사 측과 직원들 간에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은 최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신품산업노동조합 소속으로 노조 깃발을 올렸다. 민주노총 소속 정보기술 기업은 네이버,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에 이어 카카오가 네 번째"라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최근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해 우리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최근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커머스 사업에 대해 고용 불안정 등을 핑계로 일단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며 "카카오는 지난 6일 홍은택 현 카카오메이커스 대표를 신설법인 '카카오커머스' 대표로 내정하면서 분사 의지를 확고히 했다. 커머스 분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인데 노조가 반대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네이버 노조가) 분사 전 단계 조직으로 독립적 의사 결정과 자율성이 보장하는 회사 제도인 사내기업(CIC) 제도를 반대하기도 했다"며 "노조는 특히 사외이사와 감사 각 1명을 노조에서 추천하도록 요구하다 최근 내부 비판을 의식해 교섭안에서 이 항목을 일단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정의당·4사 지회 반박 들어보니…"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매일경제의 비난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1면 기사 첫 문장으로 사용한 인용 문구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모집책이란 말은 저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이런 플랑을 저희가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비상구'에 연락하면 자문위원으로 노무사, 변호사가 있으니 상담을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거였는데, 모집책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비상구', '디버그' 지난해 홍보자료(왼쪽)와 올해 웹자보. (자료제공=정의당)

정의당은 지난달 15일부터 2주 동안 <IT노동자들의 비상구, 이제는 노조시대!> 정당연설회를 진행했다. '비상구'는 정의당의 비정규직 상담 창구의 줄임말이다. 정의당은 IT노동자들을 대상으로는 '디버그'라는 이름의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의당의 '비상구' 홍보 활동은 지난해에도 11월 15일부터 2주간 진행된 바 있다. 매일경제의 주장처럼 민주노총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활동이 아니란 얘기다.

정의당 관계자는 "IT노동과 관련해 노동 상담을 하면서 노조 가입에도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그런 취지였다"며 "당시 홍보전단지도 뿌리고 정당연설회를 했다. 점심시간에는 공원에서도 하고 저녁시간에는 판교역 1번 출구에 유동인구가 많아서 거기서 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가 정의당 운동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출퇴근 시간에 노조 가입을 촉구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우리는 어깨띠가 없다"며 "그리고 출근시간에는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당원들이 비정규직 상담 창구를 홍보하는 정당연설회를 진행하고 있다. 어깨띠는 없다. (사진제공=정의당)

네이버,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넥슨 등 IT노조도 매일경제의 기사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민주노총 인사들이 상주하며 협상 초기 교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한 것이 사실과 다르단 지적이다. 이들은 "현재 4사 지회의 활동은 각 지회의 집행부를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어떤 지회에도 상주하는 상위노조 직원이 없다. 모든 산별노조 소속 노조가 마찬가지이고, IT업계라고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4사 지회는 "더구나 산별노조인 화섬식품노조는 교섭 당사자"라며 "개입을 운운하는 것은 노조 구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표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 없이 오로지 노조 활동을 비판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카카오커머스 분사를 노조가 반대한다는 부분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4사 지회는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온은 커머스 분사를 앞두고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노조가 CIC 제도에 반대한다는 것도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네이버 지회 성명은 CIC 제도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CIC 도입을 앞두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이는 노동조합으로서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일 뿐 경영권의 간섭은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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