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우자동자 노조 간부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노총을 향해 "너무 일방적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정부여당과 노동계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동아·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홍 원내대표의 말을 옮기며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에 '폭발'했다고 보도했으나 정작 왜 민주노총이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3일 <"말 안통해" 민노총에 폭발한 문정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 여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결국 정면충돌하고 있다. 여야정 합의사항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노동계에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민주노총을 향해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고 한 홍 원내대표의 말을 전했다.

<"말 안통해" 민노총에 폭발한 文정부> 11월 13일 동아일보 종합 01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홍 원내대표를 "한국 GM의 전신인 대우차 초대 노조위원장을 거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여권의 대표적인 친노동계 인사"로 일컬으며 '노동계 인사마저도 비난하는 민주노총'이라는 인상을 줬다.

이어 "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민노총이 총파업 선포하고 경사노위 참여 안 해 국민 걱정이 크다"(이낙연 국무총리), "경제가 어려운데 총파업한다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50년간 국민 지지 속에 맏형으로 성장한 대기업 노조가 노동자, 비정규직 도와야"(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정부 여당 인사들의 민주노총 비판 발언을 실었다.

중앙일보 역시 "민주노총 말이 안 통해… 탄력근로 6개월 유력"이라는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1면 기사 제목으로 뽑으며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정부여당과 주요 언론이 민주노총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상의 원칙 아래 협상테이블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비판받을 지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 역시 협상의 또 다른 주체인 정부여당이 곱씹어봐야 할 지적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 기조를 앞세우며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과로사회 극복 등을 노동정책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어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결정과 현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등은 최저임금 1만원·주52시간 노동시대를 무색게 했고, 노동계의 반발은 지속됐다.

어제 민주노총을 비난한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부 노동정책 후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5월 국회 환노위원장 시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바 있고, 지금은 "민주노총과는 말이 안 통한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기름을 부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의 경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합의했다고 하나 정의당의 반대가 엄연히 있었다. 게다가 연내 입법을 추진한다며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동계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지난 8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오는 20일까지 경사노위의 논의를 지켜보고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국회가 올해 안에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9일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자유한국당)은 "경제·사회 주체와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달라"고 경사노위에 공문을 보냈다. 환노위는 이달 말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법안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탄력근로제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경사노위의 경우 아직 본회의가 꾸려지지도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도 17일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위해 대규모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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