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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왜 나만' 물귀신 작전 통했다?

기사승인 2018.11.08  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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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MBC·JTBC·채널A도 같은 내용을 방송해"…방통심의위 "다른 방송 탓하지 마라"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인터뷰를 하고 ‘반편이’ 같은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려나온 TV조선이 타 방송사를 걸고 넘어지며 문제 없음을 주장했다.

TV조선은 8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 의견진술에서 “MBC·JTBC·채널A도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방송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전형적인 TV조선의 의견진술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8월 22일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8월 22일 방송에서 강원도 한 마을의 70~80대 남성 7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2004년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은 “노인이 속은 것 같아. 걔는 임신이 안 되는 애다. 그랬는데 그거 임신이 덜컥 돼 버렸네”라는 남성 주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이다.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본인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속마음셀카> 코너에서 “옛날 저희 시골 마을에서는 반편이라고 불렀던 그런 남성이나 여성이 마을마다 한둘쯤 있었다”며 “요즘은 쓰지 않는 말이다.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장애인을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자 TV조선은 방송 녹화분 중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관련기사 ▶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성폭력 2차피해·장애인 비하 논란)

8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소위 의견진술에서 TV조선은 같은 내용을 방송한 타사 프로그램을 걸고넘어졌다. TV조선은 사전에 제출한 의견진술서의 상당 부분을 “MBC·JTBC·채널A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라는 내용으로 채웠다. 결국 방송소위는 “다른 방송도 심의 한 후 TV조선을 심의하자”면서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하지만 MBC·JTBC·채널A의 방송은 TV조선과 달랐다. 이들은 TV조선과 달리 선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고, 마을 전경을 흐림처리 하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또 MBC의 경우 데일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탐사 보도를 통해 해당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심영섭 위원은 “우리는 방송언어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인터뷰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왜 TV조선은 (의견진술서에) JTBC도 했고 채널A도 했는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다른 방송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전형적인 TV조선의 의견진술 방법”이라면서 “다른 방송 탓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윤정주 위원은 “TV조선이 지적한 다른 방송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들은 진행자와 출연자가 문제가 된 주민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의견진술서에 상당히 많이 다른 방송을 인용했다”면서 “다른 방송도 그랬으니 우리는 문제 없다는 취지인가”라고 비판했다.

의견진술자로 참여한 오윤정 차장은 “(다른 방송 탓하는 것이) TV조선의 전형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언론 보도 행태를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윤정 차장은 “그거(타사 보도)보다는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윤정 차장은 해당 마을에서 범죄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문제가 된 주민 인터뷰를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오윤정 차장은 “(성범죄) 행동이 잘못했다는 사람도 있고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상식적으로 노인이 속은 것 같다는 인터뷰를 방송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믿을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 인터뷰를 넣어 언론이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위원들의 지적에 오 차장은 “어떤 지점이 (2차 피해를 만들었나)?” 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8월 22일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윤정주 위원은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 기준 및 실천 요강을 공부했나”라면서 “성폭력 보도를 할 때 피해자를 특정하면 안 되는데 화면으로 마을 전경을 다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김광일 논설위원은) 성적 악귀라는 표현을 해서 성범죄를 희석했다”면서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행자인 김광일 논설위원은 거듭 사죄의 뜻을 표했다. 김광일 위원은 “내가 (방송을 진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 같지는 않다”면서 “TV조선에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TV조선에서 당분간만 있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광일 논설위원은 “최근 윤정주 위원이 다른 곳에서 한 말이 기사화된 것을 본 적 있다”면서 “성폭력 문제에 있어 언론이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광일 논설위원은 “장애인문학상 심사위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반편이 같은) 말을 했다는 자체가 당혹스럽고 부끄럽다”면서 “얼마나 방송을 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더 철저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남배우 성폭력사건에서 대응하기 힘든 것은 언론")

방송소위는 이날 TV조선에 대해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MBC·JTBC·채널A가 같은 사안을 방송한 만큼 함께 심의를 해서 제재 수위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소위 위원들 모두 TV조선이 MBC·JTBC·채널A 보다 자극적으로 방송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향후 회의에서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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