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선거제도 개혁 방향을 두고 자유한국당 친박과 복당파가 의견 충돌을 내고 있다. 한국당은 아직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다음 달 원내대표 선출, 내년 2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상대 정파를 공격하는 소재로 선거제도 개혁이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과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 (연합뉴스)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로 손꼽힌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과 원외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했다. 김학용 의원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을 국민이 용인하겠느냐"며 "중대선거구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유섭 의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내각제에 맞지 대통령제에 맞지 않다"며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음 날 범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는데 개인 의견인지, 원내대표 지시인지 정개특위 위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당에서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과정을 밟아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김병준 위원장은 한국지방신문협회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상당히 의견이 갈려있어 의원총회나 사전에 안을 만들어 심각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인데 국민들은 지금 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일 홍문종 의원은 "사실상 정개특위 첫 회의가 열린 어제, 한국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는데, 같은 날 경기지역을 찾은 당 비대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며 "무엇보다 이 중대한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 당내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가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물론 선거구제 개편 당사자인 소속 의원들을 제치고 한국당 당론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은 과연 누군가"라고 비난했다. 홍 의원의 발언 역시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했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반면 2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주최한 <한국정당발전과 선거제도개혁> 세미나에 축사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양극의 승자독식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저희 한국당도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를 현실적인 우리들의 소신으로 결정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국당 내부 논란은 올해 12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과 내년 2월말 진행될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현상이란 분석이다. 친박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의원은 1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집 나간 사람 데리고 오는 게 보수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고, 홍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한국당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탄핵에 관해서 우리가 그게 없었던 것처럼, 아니면 몰랐던 것처럼, 아니면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 손꼽히고 있고, 홍문종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이다. 이들의 발언의 무게는 결국 선거제도 개혁의 본질보다는 당권경쟁에 쏠려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한국당이 당권경쟁을 위해 선거제도 개혁까지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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