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맞추기 위해 조속히 선거구제 개편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조속히 처리할 과제로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운영 방법의 개선, 위헌 및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법률 개정 등을 꼽았다.

30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관위는 선거구 획정을 위해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구제 개편 여부를 빠른 시일내에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도 과거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바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모습. (연합뉴스)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인사말에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내년 3월 1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내년 4월 15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이 선거구획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선거구제 개편 여부에 대한 우선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안보고에서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선관위는 정개특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현안보고에서 조속한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운영 방법의 개선을 꼽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는 선거일 18개월 전부터 해당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되는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확정돼 효력을 발생하는 날까지 설치돼 운영된다.

선거구획정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특별위원회로부터 통보받아 위촉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보고서를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 위원은 사실상 정당이 대부분 선정하고 있어, 선거구획정위가 정치권에 예속돼 각 정당의 대리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바고 있다. 따라서 선거구획정에 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기 어려워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선관위의 지적이다.

선관위는 지난 2016년 6월 23일 개정의견으로 제출했던 안을 재차 국회에 제시했다. 위원 구성방식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추천한 각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자 중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 6명을 선관위 의결을 거쳐 선관위원장이 위촉하는 방식이다. 또한 선거구 획정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보고서 의결 요건을 현행 재적위원 2/3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위헌 및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법률 개정의 시급성도 정개특위에 전달했다. 먼저 선관위는 국민투표법 개정과 관련해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입법시한 도과에 따른 효력 상실로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투표의 실시가 불가능함에 따라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참정권 보장을 위해 재외국민투표제도, 선상투표제도, 사전투표제도를 도입하고, 투표운동의 자유 확대를 위해 말 또는 전화, 어깨띠 등 소품,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투표운동 상시 허용, 정당 및 투표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 등의 대담·토론회와 정당의 방송·신문·인터넷광고 확대·신설 등을 제안했다.

또한 국민투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정국민투표지원단 설치·운영 및 통신관련 국민투표법 위반행위 조사권 신설, 벌칙규정의 합리적 조정 및 과태료의 부과·징수제도 신설 등도 제시했다.

정당 등록취소요건의 정비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행법상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 2회 연속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또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2/10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등록을 취소하고 있다. 선관위는 "현행 규정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해당 규정을 정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정개특위에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사항을 제안하기도 했다.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를 위해 말과 전화로 하는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고, 유권자에게 소품 또는 표시물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시설물·인쇄물 등을 활용한 정치적 표현이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제90조, 제93조를 폐지하고, 자발적으로 결성된 정당·입후보예정자 지지단체와 동호인 모임의 선거운동을 허용해 유권자 결사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권자의 알권리 강화 차원에서 공약 개발과 자질 검증을 위해 후보자등록을 조기에 실시하고, 입후보예정자 초청 정책토론회를 상시 허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언론활동의 자유와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정책선거를 촉진하기 위해 공약에 대한 비교평가 시 서열화를 허용하고,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추계 제도 도입도 제시했다.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국회(예산정책처)가 선거공약에 대한 비용추계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 비용추계의 정확성과 공정성 확보로 국가재정의 건전성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참정권 확대를 위한 선거권자 연령 18세 하향 조정, 유권자 신뢰보호를 위한 후보자 사퇴 금지, 사전투표 대상자 선거공보 발송신청제도 개선, 당선무효된 사람 등에 대한 선거비용 반환제도 실효성 확보 등도 정개특위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영역에서는 회계 투명성 등을 전제로 한 구·시·군당 설치를 제안했다. 국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정치공동체 층위에 대응해 정당의 지방조직을 허용함으로써 조직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정책경쟁 본위의 정치·선거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정책연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의 정책개발기능 강화 방안도 내놨다. 선관위는 정책연구소가 입법이 가능한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진 정책실명제와 자체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연구출판물의 유상판매 허용, 수입사업의 일환으로 외부 연구용역 수주 허용 등을 제안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유리하게 배분하고 있는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방식 변경도 제안했다. 현행법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50%를 정당별로 균등 분할해 배분·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선관위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5석 이상의 정당과 득표수 비율이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배분·지급은 현행 기준을 따르되, 잔여분은 국회의원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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