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자료를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했다는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는 참 싱거웠다. 고급주점과 와인바라는 폭탄을 던졌으나 언론이나 시민들이 딱히 관심을 주지 못했던 것은 사용금액이 대단하게 논란을 일으킬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재철 의원이 ‘폭로’라고 했지만 폭발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이다.

또한 팩트체크에 금세 거짓이 드러난 폭로도 있어 이래저래 심 의원의 폭로는 갈수록 역풍만 일 뿐 얻을 것이 없는 '허풍'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을지훈련 기간 중에 술을 마셨다는 심재철 의원의 주장은, 확인 결과 훈련이 끝나고 10시간이나 지난 때였다. 게다가 카드사용이 제한된 밤 11시 이전이기도 해서 전혀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다.

‘심재철 vs 김동연’ 폭로하고 반박하고…양측 주장 따져 보니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YTN은 청와대 직원들이 찾았다는 술집들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확인 결과 주점이라고 적혔던 곳은 맥주와 함께 돈가스, 파스타 등을 파는 그저 평범한 레스토랑이었고, 당연히 유흥주점‘이 아닌 ’기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어디를 들춰봐도 심재철 의원이 주장하는 바대로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유흥비로 쓰거나, 과하게 사용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호하러 나온 경찰·군인 등에게 목욕시켜준 6만원을 문제 삼은 일이 역풍의 결정타가 되기도 했다. 뭔가 있을 거라 잔뜩 기대했던 언론들도 김이 빠진 기미가 역력하다. 강력한 한방이 없는 폭로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동연 부총리가 심재철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쓴 업무추진비를 언급하면서 국회로 불똥이 튀기까지 했다. 국회 업무추진비는 소위 ’영수증 있는 특활비‘로 불린다. 국회는 논란이 됐던 특활비를 대폭 줄이는 반면, 내년 업무추진비를 10억 원 늘렸다.

그런 한편, 2일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삼각김밥 발언도 뜨거운 반발을 일으켰다. 이는 3일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첫 꼭지로 다뤄지기까지 했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와인바 같은 데 말고 24시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었으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발언을 했다.

[비하인드 뉴스] 김성태 '삼각김밥' 발언에 "야근도 서러운데…"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아직도 야근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주 52시간 제외 업종도 있어 여전히 야근은 직장인들의 애환일 수밖에는 없다. 그런 직장인들에게 밤 11시에 야식을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라는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밤 11시의 식사는 저녁을 먹었지만 일을 마치거나 혹은 더 하기 위한 야식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저녁을 놓치고 늦은 끼니를 채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 할지라도 굶고 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24시간 업무를 중단할 수 없는 청와대라면 괴롭다고 마다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제대로 된 밥 한 끼는 청와대 직원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보장되어야 할 작은 보상이라고 해야 옳다.

곧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국회의원들은 고급 도시락을 먹는다. 그나마 김영란법 때문에 3만 원 이하 가격으로 준비된다. 그래 놓고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는 소리를 하는 곳이 국회이다. 그런 국회의원께서 밤 11시까지 야근한 청와대 직원들에게는 삼각김밥을 먹으라고 주문하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민심 얻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발언을 할 수는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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