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8일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여야 3당 대표들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의 면담이 불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노쇼' 논란이다. 면담 무산에 대해 북한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면담 무산 이유 등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 정당 대표들은 1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격을 높여 면담을 진행했다.

▲18일 오후 북측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일행이 남측에서 온 이해찬, 정동영, 이정미 대표를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당초 정당 대표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면담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면담 예정 시간인 오후 3시 30분이 되도록 이해찬, 정동영, 이정미 대표는 면담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면담 예정 시각 10분 전에 이미 도착해있던 안동춘 부의장, 리금철 부위원장 등은 "남측 대표단 출발이 늦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 대표들은 면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북측 일부 인사들은 한국 취재진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 부의장은 한 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한국 취재진에 "수고했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는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했고, 이정미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시간에 정당 대표들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1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당 대표들이 면담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격이 안 맞아서 일부러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애초부터 문재인 대통령 수행에 나선 거 자체가 격에 안 맞다"며 "자처해 평양에 가놓고 거기서 고위급 지도부 회의를 부위원장이 주관한다고 해서 참석 안 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냐"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실무자들도 약속을 상기시켜줬을 텐데 그 약속을 몰랐을 리 없다"며 "정당대표로 간 세 대표가 북측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큰 결례다.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만약 북측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숙청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오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측 정당 대표는 오늘 오전 10시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김용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전날 예정됐던 명단보다 격이 올라갔다.

▲최민희 전 의원 트위터. (사진=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해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여러분, 만일 3당 대표들이 북한 인민회의 부의장 만나고 돌아와보세요! 푸대접 받았다 난리났을 겁니다"라며 "결국은 청와대의 국회 무시 프레임으로 몰았을 거여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한국 정당 대표들이 약속을 지켰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3당 대표들이 김영남 위원장을 면담한다는 기사가 게재되자, 네티즌들은 "저기 가서도 의전병, 격 따지는 국회의원. 김영남 온다고 하니 바로 참석", "면담을 불참 통보도 안 해서 북한 사람들 한 시간 기다리게 하고 저녁식사는 웃으면서 참석했더라. 제발 문 대통령 길에 고춧가루 뿌리지 마라" 등의 비판 댓글을 달았다.

최민희 의원 트위터에도 "안 만날 거면 바로 통보라도 했어야죠. 아무런 연락 없이 상대방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건 어느 나라 의전이고 예의입니까. 이게 쉴드칠 일이예요?", "급이 안맞아서 회담 펑크 내셨어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에서는 관련 질문에 쏟아져나왔다. "어제 정당 대표와 북측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면담이 무산된 건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에 윤 수석은 "정당 대표들의 일정은 사실 저희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북측에서, 평양에서 뭔가 얘기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영찬 수석은 "어제 여야 대표와 북한 정치권 인사의 면담 불발을 청와대는 해프닝이라고 하는데 납득이 안 된다"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사실 우리 정부 대표단이 아니라 정당 대표들께서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어서 사실 저희도 정확하게 맥락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다"며 "그래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어렵다고 생각된다. 아마 평양에서 우리 측 대표단 내에서 얘기들이 별도로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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