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방북 수행원으로 초청된 경제인들에 대해서는 비정상 국가와 무슨 사업을 하냐는 식이다. 그러나 2014년 조선일보의 보도를 살펴보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이 현재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남북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했다.

▲2014년 1월 7일자 조선일보 보도.

문 대통령-김정은 남북정상회담 시작도 전에 비난 일색

지난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장으로 하는 방북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6일 방북결과 브리핑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품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조선일보의 북한 이슈 공세가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정의용 실장의 방북결과 브리핑 다음날인 7일 <김정은 "비핵화" 말만 전하는 대북 특사단> 사설을 게재해 "특사단 발표를 보면 김정은과 치열한 협상을 한 것인지, 그의 계산된 말을 전해주는 대변인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장단, 외교통일위원장, 여야 5당 대표에게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요청하자, 조선일보는 11일자 지면에 <국회·야당을 일렬종대로 김정은 앞 수행단 만들려는 발상>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남북 이슈는 절대 선이라고 믿는 듯하다"며 "남북 관계 발전은 국회 뒷받침 없으면 한 걸음도 떼기 어렵다는 충고 역시 이 정부 귀에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정부는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2019년 한 해 4712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12일자에 <'판문점 선언' 수십조 비용 덮어둔 정부> 기사를 헤드라인에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올해 예산 1726억 원에 비해 2986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2년에 걸쳐 6438억 원을 책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야당은 '수십조로 불어날 경제 협력 예산을 감추려 1년 예산만 넣고 어물쩍 비준 동의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13일에는 <판문점 선언 동의받으려면 '100조원' 액수부터 정칙하게 밝혀야> 사설에서 "금융위원회는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북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철도 85조원, 도로 41조원 등 153조원으로 추산했고 미래에셋도 112조원으로 예상했다"며 "어림잡아 100조원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대북 지원에 대해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을 감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은 돈을 제시해 일단 국회 비준을 받음 다음에 진짜 국민 세금을 퍼붓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14일자에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사업하러 가겠나> 사설을 게재해 "북한은 우리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 재산이 몰수당할지 모를 나라"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17일 <남북은 정상회담, 美는 대북 제재 安保理 긴급회의 소집> 사설에서 "2000년, 2007년 평양 정상회담 때와 달리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로 북한에 1달러도 투입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대기업 총수들이 우르르 북한에 몰려가서 무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핵화 이후'라는 단서를 단다고 해도 섣부른 대북 투자 약속은 국세사회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미국 분위기는 정반대"라며 "최근 우리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내놓을 때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조하는 상황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 회담'이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명분으로 대북 제재망에 우리 스스로 구멍을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1월 조선일보 '통일이 미래다' 기획보도 살펴보면

그러나 불과 4년여 전 조선일보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보도를 전하고 있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4년 1월 '통일이 미래다'라는 제목으로 남북통일의 효과에 대해 연속 기획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 내용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경협 사업과 큰 틀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보였다. 조선일보는 각종 경제효과에 주목하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2014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2014년 1월 1일 조선일보는 <"南北 하나될 때, 동아시아 번영의 미래 열린다"> 기사를 1면 헤드라인에 배치했고, 당일 <이제 한반도 전체를 보고 움직여야 한다> 사설에서 "앞으로 31년 뒤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100년이 된다"며 "독일에 열렸던 역사의 문이 우리에게 언제 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해방 100년을 분단된 채로 맞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비원"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1월 2일 조선일보는 <통일한국, 2030년엔 英·佛 제친 'G7 大國>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남북한이 올해부터 상호 화해·교류·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사회적 통합을 이뤄갈 경우 앞으로 16년 후인 2030년엔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을 제치고 'G7 국가'로 뛰어오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2014년 1월 3일자 조선일보 1면.

2014년 1월 3일에는 <북한 주민 90%가 이미 '市場化'> 기사를 게재하고 "북한의 시장화가 90% 가깝게 진전돼 대다수 북한 주민이 생활을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반도 통합 시 5년 내에 시장경제 체제로 현입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가 연속 보도되는 가운데 2014년 1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북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라며 "이 소중한 해에 우리는 불안과 분단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서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4일자 지면에 이 내용을 1면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2014년 1월 6일자 조선일보 1면.

2014년 1월 6일 조선일보는 <통일비용 겁내지만…혜택이 倍 크다>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통일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 의뢰해 남북통일의 비용과 혜택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15년 점진적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해 2025~2030년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가정할 경우 통일비용은 2050년까지 최소 831조원에서 최대 4746조원, 통일에 따른 혜택은 최소 4909조원에서 최대 679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3면에서는 <獨, 갑자기 온 통일에 2兆유로 투입…한국은 半이면 돼>, <南北 통일비용 중 국민세금은 23% 정도>, <北의 1인당 소득 천천히 끌어올릴수록 통일비용 크게 줄어>, 4면에는 <"통일, 2030세대에 '기회의 窓'…統獨때 공무원 일자리만 1만개 생겨">, <"통일 비용은 순간 통일 이익은 영원">, <통일한국, 20년간 경제 혜택만 6300조> 기사를 게재했다.

2014년 1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자고 제안하며 '통일 대박'을 외쳤다. 조선일보는 이를 7일자 1면 헤드라인에 <"설 離散상봉이 첫 단추"…北에 손 내밀다> 기사로 다뤘다.

▲2014년 1월 8일자 조선일보 1면.

2014년 1월 8일 조선일보는 <北인프라 122兆 투자땐 '物流의 실크로드'> 기사를 1면 첫머리에 게재하고 "국토연구원은 통일 전후 10년 동안 분야별로 도로와 철도 건설 등에 58조원, 가스 등 에너지 관련 사업에 26조원 등 핵심 개발 프로젝트에 122조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며 "이런 초기 투자를 통해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고속철도를 타고 2시간 만에 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서울부터 원산을 거쳐 중·러 접경인 나진까지 고속도로가 생기고 러시아 천연가스관도 도입된다"며 "초기투자 122조원으로 남북이 얻는 경제 효과는 인프라 건설과 운영 등에 따른 직접적 효과만 10년간 294조원이라고 국토연구원은 분석했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 확대 등으로 중국과 일본도 총 9조원 가량 경제효과를 낸다"고 보도했다.

▲2014년 1월 8일자 조선일보 4면 보도.

조선일보는 4면과 5면에 걸쳐 <서울~베이징 고속鐵로 4시간…유럽까지 화물 수송시간 절반 단축>, <국토硏 "北 핵심 거점 9곳부터 우선 개발을">, <"北 인프라 빨리 확충해야 경제 통합 순조로울 것">, <유럽·아시아 사업가 7명, 투자 위해 다음달 訪北>, <"統獨 전부터 동독 인프라에 투자…통일 비용 줄이고 外資 불러들여">, <통일땐 中·러 연결 '한반도 에너지網' 완성>, <"파이프라인 가스 사업, 동북아 경제 역동성 크게 키울 것"> 보도를 이어갔다.

2014년 1월 10일 조선일보는 <통일韓國 국가 신용등급, 세계 최상위권 점프> 기사를 1면에 내걸고 "조선일보가 6개 글로벌 금융사를 상대로 통일 이후 한국 경제의 신용도와 국가 브랜드 가치, 경제 상황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건스탠리를 제외한 5곳이 통일 이후 우리나라 신용도가 '2단계 이상 도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2014년 1월 14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2014년 1월 14일에는 <北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年40조 번다> 기사를 역시 1면에 게재하고 "남북 통합 전후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관광 인프라 투자가 이뤄질 경우 한반도는 통합 또는 통일 10년 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금의 3배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관광 수입도 4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2014년 1월 17일에는 <통일 한국 안보비 年21조 줄어든다>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남북이 군사적 대치 상황을 해소하고 평화적 통일로 나갈 경우 한반도 안보 비용이 남북을 합쳐 연간 20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며 "통일에 따른 이 같은 안보 비용 감축 효과는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경우에도 연 수십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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