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 여성들 지원금 반대합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인천의 유일한 집창촌인 숭의동 '옐로하우스' 종사자를 포함한 성매매 피해자 자활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업소 종사자가 성매매하지 않겠다며 자활계획서를 제출하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40명에게 인당 연간 2260만 원 한도의 자활 비용을 지급해 탈성매매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청원인은 “성매매로 돈을 버는 여성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치를 부리고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라고 비난하며 “성매매 여성에게 이렇게 많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돈을 버는 여성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라에서는 돈이 없거나 굶고, 가난하고, 몸이 아프고, 정상적으로 돈 버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혜택을 주고 어떠한 도움을 줄 것인가”라며 “성매매 종사자들을 구제하고, 성매매 업소의 수를 줄이고 싶다면 국민의 세금을 종사자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업소에 다니는 사람들을 끊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성매매 업소 여성 지원금 반대 청원

한마디로 ‘몸 파는 쉽고 편한 일로 사치하는 여자들에게 지원금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일반적이며 뿌리 깊은 시각이다. 그런데 왜 성매매는 쉽고 편한 일이며, 그렇게 해서 하는 소비는 사치가 되는가?

우선 성매매가 ‘쉽고 편한 일’이 되는 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자원으로 삼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정 안되면 몸이라도 팔면 되잖아’라는 말처럼, ‘노력하지 않은’ 타고난 여성성으로 재화를 얻는다는 이유다. 게다가 일률적으로 계산할 때 성매매는 다른 단순노동보다 시급이 높아 ‘돈 때문에 몸 파는 X들’이라며 멸시에 정당화가 부여된다.

그런데 타고난 것을 자원으로 삼아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곧 ‘쉽고 편한 일’이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 가수들도 타고난 재능을 활용해 돈을 번다. 쉽게 돈 버는 것으로 따지면 아파트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반인이나 건물주가 훨씬 쉽게 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덕적 비난은 적게 이뤄지는 데다 오히려 선망한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의 삶의 조건은 자신의 자원 중 가장 돋보이는 재능을 펼치는 수재나 건물주와 정반대에 처해 있다. 청원인이 성매매 여성과 달리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묘사했던 ‘돈이 없거나 굶고, 가난하고, 몸이 아픈’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이 거덜 났을 때, 자원은커녕 빚이 쌓였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자원인 ‘몸’을 파는 것이다. 여성이 ‘여차하면 몸이라도 팔 수 있는’ 이유는, 여성의 몸은 언제든 대상화, 도구화될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실제 성매매 노동 환경은 남성들의 폭력과 협박, 노 콘돔, 몰카 등 극도의 위험과 극심한 감정 노동 조건에 처해 있다.

게다가 ‘몸을 파는’ 결정은 자발적이기보다 몸을 팔도록 강력히 유도하는 ‘구조’가 몰아간 것이다. 이 구조는 꼭 빚에 몰린다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진입하게 된 동기로 밝힌 것처럼, 청소년 때 부모님 사업 부도나 경력 단절 등 기존 사회 울타리에서 한두 번 박탈되는 경험만으로도 여성의 몸을 자원화하려는 힘이 존재한다. 여성의 사회 경제적 활동 기반이 취약한 탓이다.

인천의 유일한 집창촌인 인천시 남구 숭의동 '옐로하우스'. 옐로하우스는 이 지역에 진행되는 숭의1구역 도시환경정비지구 사업에 따라 이르면 연내 문을 닫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들의 ‘사치’는 어떠한가. 소위 ‘성형 수술과 명품 화장품 및 백으로 치장하는 된장녀’라는 낙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치’는 오히려 남성이 원하는 것이다. 여성학자 김주희 교수의 지적처럼 “성매매 업소에서는 일반적으로 성형을 한 ‘관리된 여자’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초이스’를 받기 위해서는 ‘와꾸’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하루에도 몇만 원짜리 메이크업과 헤어 관리를 받아야 한다. 소위 ‘텐프로’라는 상급 업소일수록 ‘더 관리된 여자’를 원하기 때문에, 하루에 대여하는 의상 비용만 해도 몇십만 원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꾸밈 노동’은 포주가 적극적으로 성형외과와 대출업체를 알선하며 종용하는 것으로, ‘사치’가 아닌 ‘필수’다.

청원인은 성매매 여성에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성매매 여성 자체가 ‘다른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무시’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성매매 여성과 일반 여성을 나누는 것은 오래된 ‘창녀와 성녀의 이분법’일 뿐이다. 그리고 창녀와 성녀는 결국 같은 짝이다. 성을 신성시하며 그것을 ‘잘 지키면’ 순결한 여성, ‘아무와 자면’ 더러운 여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한, 성매매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창녀 혐오가 짙을수록 남성들은 오히려 마음 놓고 성 구매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한 해결 없이 단순히 ‘남성의 성매매 수요를 끊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겉핥기식 정의에 불과하다.

대체 성매매 산업에서 쉽고 편하게 일하는 쪽은 누구인가? 여성의 성을 구매하며 ‘단합’, ‘비즈니스’를 한다는 남성 쪽이다. 여성의 성을 자원 삼아 포주, 성형 및 대출 산업을 하며 이익을 얻는 남성들이다. 그러면서 손쉽게 이 구조의 책임을 성매매 여성들에게 돌려버리는 남성들이다. 사회는, 특히 남성들은 이제부터라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책임을 지려 해도 모자란다. 이번 인천시 탈성매매 복귀 지원금 정도로는 더더욱 못 미친다. 그런데도 이것이 혈세 낭비인가? 도대체 이것이 복지가 아니라면 무엇이 복지일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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