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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는 수사에 협조했다”는 변명에 대해

기사승인 2018.08.11  11: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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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리의 미러볼] 워마드 운영자 음란물유포방조죄 편파 수사 논란

“일베는 수사에 협조했다.”

지난 8일 워마드 운영자에게 ‘음란물유포방조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편파 수사’ 논란이 인 것에 대한 경찰 측의 주요 해명 내용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접수된 일베 관련 신고 69건 중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 53건을 검거해 검거율이 76.8%”라고 밝혔다. 반면 “워마드의 경우 운영진이 수사 협조를 해주지 않아 강제 수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베가 수사에 협조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그동안 ‘경찰이 일베에 협조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경찰의 이 같은 변명은 일부 음란물을 지우는 등 수사 기관의 기본적인 요청에만 충족하면, 그 수많은 음란물들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사 협조’는 경찰 행정 절차에 대한 기준일 뿐, ‘음란물 규제’에 대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사에 협조한’ 일베에 어떻게 음란 게시물들이 범람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올라올 수 있는가?

불법촬영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게다가 음란물 범람은 일베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유머, 디씨인사이드, 엠엘비파크, 도탁스, 이종격투기 등 각종 남초 사이트에서 음란물 방조는 물론 유통과 제작, 성폭력 계획과 후기 게시물까지 공유되고 있지만 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또 지난달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발한 불법 촬영 카르텔의 실태는 이것이 빙산의 일각임을 지적했다. 웹하드 업체가 헤비업로더 및 디지털 장의사 업체와 결탁하며 하나의 ‘불법 촬영물 산업’까지 형성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진 경우가 희박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일베를 수사했다’는 최소 조건만 충족하면서, 나머지 남초 사이트와 불법 촬영 카르텔에 대해서도 ‘음란물 삭제에 협조했다’고 큰소리를 내는 것이다. 일베에 대한 수사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베 53건 검거’, ‘검거율 76.8%’라는 통계는 일베라는 ‘빙산의 일각’ 중에서도 형식적 수사 협조라는 ‘일각의 일각’으로 생색 낸 통계다.

또 경찰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웹하드 업체를 음란물 유포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경찰 수십 명이 한 업체 처리에만 달라붙어야 한다. 처벌 수위도 낮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내 사이트에 대한 수사는 ‘품이 많이 들고 실익이 적어서’,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는 ‘서버가 해외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해외 공조 요청은 이러한 이유들이 변명이었음을 가리킨다.

이 정도면 수사기관은 불법 촬영물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음은 물론, 몰카 카르텔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가 편파 수사 논란에 “일베 운영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강제수사할 수 있다”고 해명한 것도, 지금껏 일베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음을 입증한 꼴이다. 또 사이버 성폭력수사팀은 왜 하필 워마드 게시물이 문제된 지금에서야 설치됐는가.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남초 사이트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도우리)

그렇다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워마드의 상황은 어떤가. 워마드에 올라오는 ‘음란물’ 업로드는 남초 사이트들에 비해서 적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도용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무엇보다 워마드 회원들 다수가 그 게시물을 실제 ‘음란물’로 느끼거나 수익을 거둘 확률은 희박하다. 무엇보다 지금껏 워마드 운영자처럼 ‘음란물유포방조죄’ 명목으로 수사된 경우는 ‘0건’에 가깝다. 드물게 같은 죄목으로 검거된 대구의 웹하드 업체 대표 사례가 있지만, 하루 평균 14만 건의 음란물이 유통되도록 방조해 무려 117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였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의 뜻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요구의 하한선일 뿐, 남성과 여성이 같은 수준의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수사 협조’도 마찬가지다. 훨씬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집단에게 사소한 형식적 요건을 충족했다며 ‘협조’라는 명분을 주어선 안 된다.

“혹시 누구 죽었나요?” 하필 ‘음란물유포방조죄’라는 죄목으로 수사한다는 데 대한 여성들의 반응이다. 그동안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어려워 죽은 여성만 해도 대체 몇 명인가. 그런데도 워마드는 사진 한 장에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이 되어야 했다. 온도 차가 너무 심하다. 워마드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조차 ‘내가 워마드 운영자다’라고 외치는 이유다. 정부와 수사기관이야말로 워마드에 대한 정당성은 물론, 워마드 회원 유포 방조를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지금이라도 음란물 유포 방조와 편파 수사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웹하드 업체에 대한 특별 수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다음과 같이 웅변하는 셈이다. “우리는 일베에 협조한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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