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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워마드가 핵심인가

기사승인 2018.08.10  08: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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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일상을 상품으로 다루는 세태 바로 잡아야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 발부가 전형적인 인터넷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왜 일베나 웹하드 운영자는 잡지 않고 워마드 운영자만 잡느냐”, “워마드라는 이유로 실정법을 위반했는데도 봐줘야 된다는 거냐”는 주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냐는 논리는 이제 인터넷 시대의 표준 문법처럼 돼버렸다. 어느 쪽이든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이 논리부터 꺼내든다. 시대의 조건이 만든 현상이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을 더 깊게 파고들기 위해 가끔 이 구도를 벗어나야 할 때도 있다.

일단 일베냐 워마드냐의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경찰을 비판하는 여성들의 주장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워마드만 잡는 게 아니고 일베도 열심히 수사했노라는 경찰의 답은 그래서 편의적이다. 워마드의 경우 서버가 미국에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고 운영자가 경찰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체포영장 발부가 불가능하다는 답도 그렇다.

물론 법률적으로 따지자면야 경찰의 답변에도 일리는 있다. 음란물의 경우 웹사이트 운영자가 스스로 생산하는 게 아닌 이상 1차적 책임은 음란물을 게시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트 운영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음란물 게시를 오히려 조장하였다면 최소한 방조한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공범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남자 목욕탕을 이용하는 아동의 나체가 노출된 것이 문제라고 하니,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경우는 소지와 유포 및 방조의 책임을 더 조밀하게 따지고 무겁게 묻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7월 혜화역 시위 (연합뉴스)

그렇다면 일베와 워마드의 차이는 ‘준법정신’에 있는 것일까? 답을 찾기 위해 하나의 극단적 사례를 살펴보자. 보통의 남초 커뮤니티에서 소위 ‘페도필리아’에 대한 비난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이들이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 자체를 거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여고생’ 등에 대한 저속한 표현은 남성들 사이에선 일상화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소아성애에 대한 강렬한 거부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남초 커뮤니티에서 소아성애의 규범적 거부가 오히려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라는 맥락 안에 있다는 결론은 어떨까. 너무나도 명백한 형태의 소아성애를 거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를 정당화 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페도필리아’를 괴물로 만들어 여전히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를 포기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면죄부를 얻는 모델이다. 똑같은 맥락에 있는 성적대상화라도 이건 금지되지만 저건 허용되는 것이다. 금지와 허용의 경계를 만드는 능력을 우리는 권력이라 부른다.

이런 현상은 음란물 유통의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어느 사이트에 음란물을 올리는 것은 법에 앞서 자체적인 규약으로 금지된다. 여기서 음란물의 기준은 대상을 어느 정도나 성적으로 대상화 하였는지라는 ‘주관적’ 기준이 아니다. 신체의 어느 부위가 노출되었는지라는 ‘객관’을 따진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서도 성적대상화의 정도에는 거의 다를 것이 없는 표현물이 넘쳐난다. 이걸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지만 너무 저속해서 적지 않겠다. 어쨌든 ‘노출 금지’라는 규범은 금지된 것 외의 모든 성적대상화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경찰이 일베 등에서 단속한다는 대상은 결국 이 질서 하에서 ‘금지된 것’들에 불과하다. 워마드는 스스로 내세우는 존재 의의가 남성이 저지르는 불법행위를 똑같이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므로 이런 기만적 구조 자체에 들어갈 수 없다. 성적대상을 향유하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금지선을 따로 설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구조에서는 워마드 운영자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밖에 없다.

경찰과 인터넷-남성들이 공유하는 기만적 질서의 종착점을 보여주는 것은 SBS 방송 등에 등장한 웹하드 업체와 이른바 사이버장의사의 유착관계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는 것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구조를 적나라하게 고발한 바 있다. 웹하드 업체와 이른바 ‘헤비 업로더’들은 이용자들의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동영상 다운로드로 돈을 벌고, 사이버장의사는 이 동영상들의 삭제 의뢰로 또 돈을 번다. 웹하드 업체와 사이버장의사가 애초에 한통속이므로 동영상은 지워도 지워도 끝없이 다시 등장한다.

경찰은 웹하드 업체가 신상을 넘겨주는 한도 내에서만 업로더를 수사한다. 웹하드 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핵심 이익을 안겨주는 헤비 업로더는 오히려 웹하드 업체가 보호한다는 의혹까지 있다. 자기들이 알아서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적당히 하느라 하며 공생하는 동안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의 대상이 된 여성들의 삶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여성들의 주장은 결론적으로 말해 이 상황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여성의 일상을 상품으로 다루고 상중하의 가치를 매겨 돈벌이와 재미의 수단으로 삼는 일을 당연히 여기는 세태를 바꾸라는 것이다. 단순히 기계적 기준에 따라 판단한 음란물을 단속하는 걸 넘어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경찰의 답변은 ‘공평한 수사’가 아니라 바로 이 과업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여야 했다.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신설 정도로 될 일인지 의문이다.

물론 경찰 혼자서만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법을 엄격히 집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야 하고, 적절한 법이나 기준이 아예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스스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하는데 오히려 뒷짐을 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노선’을 내세우는 특정 웹사이트가 이런 흐름을 대변하게 된 원인이 사실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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