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룰 때 빠지지 않는 영상이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의 연설 내용인데 “도곡동 땅이 어떻다구요? BBK가 어떻다구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강변하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새빨간 거짓말’ 주장은 이미 공허해진 지 오래다.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으로부터 파생된 문제 하나를 파헤쳤다. 파타야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한 사람이 기소가 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뒤에는 성남시를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온 ‘국제마피아’라는 조직폭력배가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 젊은이가 타국에서 억울하게 살해된 사건의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힘에 대해서 쫓게 된 것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폭과 권력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성남시 조직폭력에는 폭력 이상의 흑막이 도사리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3년 동안 수배 중이던 조직폭력배가 수배 중에 경찰서에 놀러 다닐 정도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성남시 출신 전·현직 경찰들이 이 폭력조직이 양성화해 운영하던 기업으로부터 ‘유령’이라고 불리면서 검은돈을 받아갔다. 쉽게 말해서 조직폭력배의 관리를 받아온 것이다.

그 기업은 샤오미의 제품을 수입해 많은 매출을 일으킨 회사로 성남시로부터 유망중소기업상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에도 의혹이 숨겨져 있었다. 자격여건이 되지 않는데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성남시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성남시에서 3년 이상의 사업실적이 필요한데, 이 기업은 수상 당시 창업 후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성남시에 당시 채점 자료 등에 대한 공개를 요청했으나 시는 이를 거절했다.

은수미 성남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성남시장은 현재 경기도지사 이재명이고, 현재 성남시장은 은수미이다. 은수미 시장은 왜 과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은수미 시장 역시 그 폭력조직으로부터 차와 기사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인해 현재 수사를 받고 있어 성남시의 자료 비공개 방침은 더욱 의혹을 살 뿐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그알> 담당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두 시간 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그 내용은 상당부분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반론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라도 <그알>이 이재명 도지사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그것으로 부족했거나 혹은 우려가 됐던지 <그알> 방송 전에 장문의 해명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알>의 보도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조폭몰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도지사 입장에서는 <그알>에 자신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진실공방을 넘어서 <그알> 담당피디와 이재명 도지사와의 통화 중에서 진정 실망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피디와의 통화가 시작되고 이재명 도지사는 이번 취재에 대해서 ‘윗선’에 전화를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소위 보도에 대해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다. 도지사 당선 소감을 하던 중 방송에 대해서 "예의가 없다"고 진저리를 치던 모습과는 겹쳐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생방송 중 인터뷰 중단 논란…SNS 통해 사과 (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또한 페이스북에 게재한 반박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도지사는 ‘동지’들에게 함께 싸워달라는 당부로 글을 마쳤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자신이 해결할 문제이다. 법률가인 이재명 도지사가 자신의 문제에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말을 남긴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알>의 방송 내용이 부당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방통심의위에 제소하고, 법적 대응을 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법률가인 이 지사가 이런 방법들을 모를 리 없다. 아는 대로, 잘하는 걸 하면 된다.

<그알>은 일 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을 지금까지 추적한 것처럼 성남 조직폭력과 정치인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할 것을 약속했다. 이재명 도지사로서는 반박 이상의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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