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활비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회 특활비 논란은 이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되었다. 과거에도 국회 특활비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지만 철옹성 같았던 그 비밀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런 국회 특활비 내역이 한시적이지만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지속적으로 특활비 내역 공개 요구를 해왔다. 참여연대의 부단한 노력으로 지난 5월 3일 대법원이 2011~2013년까지 국회 특활비 지출내역을 공개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후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기 시작했다.

MBC PD수첩 <제헌절 특집 - 국회는 시크릿가든> 편

참여연대는 지난 4일 국회로부터 특활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받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3년 동안 국회에서 쓴 특활비는 무려 240억이었다. 이중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쓰인 돈만 18억 원 이상이었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비는 따로 지급된다. 그럼에도 특활비가 추가적으로 지급되었다는 것은 국회가 얼마나 방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섭단체 대표의 경우 매월 6,000만 원을 받아왔다고 한다. 짝수와 홀수 달 금액이 다른 이유를 의원들도 잘 모른다. 어떻게 사용했는지 내역도 알 수 없는 돈 특활비가 240억이 쓰였다. 누가 얼마나 가져갔는지 확인도 명확하지 않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했듯, 일부가 은행 계좌로 입금되고 대부분의 금액은 5만 원 권으로 국회 사무처 직원이 건넨다고 한다. 국회에서 왜 국회의원들에게 특활비를 이런 식으로 지급하는지 알 수가 없다.

<PD수첩>은 여러 사례를 통해 국회 특활비 사용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코이카 관계자 제보를 통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출장과 관련한 비밀을 폭로했다. 부부 동반으로 출장을 와서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외유 외에는 없다. 코이카 직원은 의원 부인의 보석 구매 가이드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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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을 가면서 많게는 3억 가까운 돈이 지급되는 특활비. 나가서 쓸 일도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이 엄청난 돈을 받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뉴칼레도니아를 찾은 의원들의 행태도 이해할 수가 없다. 혈세를 들여 국회의원들이 왜 유명 휴양지를 찾을 이유가 뭔가? 그곳에 사는 한인들을 위해 찾았다는 말 자체도 한심할 따름이다.

실제 그곳에 사는 한인들이 아무런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을 보면 국회의원은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출장 결과 보고서도 엉망이다. 왜 갔으며 무엇을 위해 출장을 갔는지에 대한 결과가 없다. 이는 그저 국민의 혈세로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장을 지낸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은 매년 3억 8천만 원이 넘는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1일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이 주최한 태권도 품새 월드기네스 기록 도전 행사도 황당하다. 행사를 주관한 업체는 7억의 빚을 지고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도적으로 치른 이 행사로 인해 왜 주관 업체가 망하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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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의원의 요청으로 행사를 주관했지만 누구도 비용은 주지 않았다. 태권도 협회에서 지원해줄 것이라는 말만 믿었지만, 행사가 끝난 후 모두 외면할 뿐이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국회에서 대대적 행사를 벌였으면 그에 합당한 지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상관없다는 이 의원의 행태는 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국회사무처의 규정도 어기고 3년이 아닌 생긴 지 6개월 된 단체에 지원을 요구하고, 바로 다음 해 그 조항마저 삭제해 버린 국회의원은 무소불위의 존재가 분명하다. 반대하는 의원들의 이야기마저 무기력하게 만든 채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은 1억이 넘는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주관 업체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국회 특활비 논란이 거세게 인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발언 때문이었다. 대표 후보로 나서며 낸 1억 원의 출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특활비가 나왔다. 자신에게 온 특활비는 내 것이라며 집으로 가져가 생활비로 쓰라 준 것을 아내가 모은 돈이었다는 것이다. 국회 특활비가 얼마나 황당하게 유용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홍 전 대표만 그랬을까? 영수증 첨부도 필요 없는 이 막대한 특활비를 어떻게 써왔는지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필요시 요구하면 추가적으로 금전 지원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은 모두 공개적으로 지원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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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나 다름없는 국회의원들의 공범 논리. 그들은 그렇게 국회 사무처와 함께 서로 혈세를 어떻게 나눠 쓸지 고민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240억의 비용 중 급여성 경비 50억 원이 농협 통장으로 거액이 지급되었다. 급여성 경비는 말 그대로 급여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운영지원과장과 실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는 그 특활비는 과연 누가 어떻게 쓴 것인가? 사무처 공무원인 수석전문위원들은 엄청난 특활비를 받아왔다는 점이 기이하다. 단 두 달 만에 수석전문위원에게 지급된 특활비만 4,350만 원이다. 엄청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낸 법안을 검토하는 직위를 가진 수석전문위원들은 초재선 의원들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입법이 될 수도 없다. 실제 정순영 전 수석전문의원은 수천 만 원의 청탁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충기 사장 문자에도 등장하는 정 전 수석은 삼성 고문직 연장을 요구하는 문자로 다시 논란이 되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들보다 더 은밀한 집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모든 것이 감춰진 채 진정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한시적인 신분이지만 국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드러난 잘못만 아니라면 해고될 일도 없다. 국회의원들조차 우습게 볼 수 있는 이유다.

MBC PD수첩 <제헌절 특집 - 국회는 시크릿가든> 편

국회 특활비를 집행하는 집단인 국회 사무처. 그들의 고압적 자세는 참여연대의 특활비 정보공개청구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었다. <PD수첩> 측이 공식 인터뷰 요청을 하자 국회 사무처 미디어 담당관실에서 밝힌 입장은 당혹스럽다. 국회 사무처에도 책임자는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할 사람이 없다며 오히려 다그치는 그들의 행태, 국회 사무처 회의실 촬영조차 막고 나서는 이 집단이 곧 모든 비리의 온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 특활비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국회 사무처에 대한 감시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조사도 감시도 아니다. 외부에서 국회 사무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범만 있다. 책임지려는 이는 존재하지 않은 채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흥청망청 쓰는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국회는 진정 시크릿가든이자 판도라 상자가 아닐 수 없다. 홍준표 전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세계일주하는 것이 꿈인 자도 있다는 말이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확신도 들게 한다.

국민을 대변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다. 그런 국회에 거대한 힘으로 자리한 국회 사무처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는 왜 우리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면서 묻지도 못하게 하는가? 이제 그들이 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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