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효성)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후보 지원자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그러나 언론시민사회에서 요구해 온 '시민검증단'은 빠져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방통위는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방송공사(KBS)·방송문화진흥회(MBC)·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 오늘(2일)부터 13일까지 KBS·MBC 이사 후보자 공모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는 선임 계획 의결에 따라 접수받은 공영방송 이사 후보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지원서에는 후보자의 경력, 지원동기, 임명 시 업무수행 비전 등이 담긴다. 또한 방통위는 지원서를 공개한 뒤 지원자들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여 후보자 선정 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사진=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이사 공모에 대한 지원자 중복지원도 금지된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의 소신과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 KBS·MBC·EBS 이사 공모의 중복지원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KBS·MBC 이사 후보자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두 방송사 중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으며 8월 중 실시 예정인 EBS 이사 공모에 지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통위의 결정에 언론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방통위 의결이 난 직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를 규탄했다. 앞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있어 정치권의 영향력을 원천 배제하고 이사 후보 지원자에 대해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검증단' 설치를 촉구해왔다.

방송독립 시민행동의 공동대표인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시민행동의 요구는 그동안 법에도 없던, 정치권 끼리 나눠먹는 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할 것"이라며 "그러나 방통위는 조금 전 우리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 방통위의 안일한 인식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 안에 대해 "시민검증단을 받아드리지 않고, 온라인에 지원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 추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했다"며 "실명으로 국민 개인이 의견을 올릴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비공개로 방통위원들이 참고하겠다고 한다.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정치권과의 뒷거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한 직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미디어스)

방통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자 지원서를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수렴된 국민의견은 참고자료 형태로 상임위원들에게 전달될 뿐 지원자 심사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또한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원서에는 추천인란이 없어 추천인을 알 수 없다. 수렴된 국민의견이 어느 정도로 반영될지, 지원자가 어느 곳의 추천을 받은 인사인지 알 수 없어 결국 관행대로 정치권 추천의 여지가 남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방통위의 이번 의결이 오히려 이전 방식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공영방송사 구성원들로부터 나왔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예전에는 누가 여당 몫, 야당 몫 추천 인사였는지 진행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결정사항을 보면 누가 야당 몫인지, 누가 여당 몫인지 철저히 숨길 수 있다"며 "추천자도 공개하지 않고, 전적으로 방통위원들 5명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원자 추천 인사를 알 수 없어 오히려 과거보다 공개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이 본부장은 "후보자가 공개되자마자 누가 여야 추천 몫으로 추정되는지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절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스스로가 접수했고 이 사람들에 대해 시민 의견을 받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견을 받았느냐고, 어떤 평가기준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공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이번 방통위 안은 우리의 희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정치권이 추천한 인사들로 공영방송 이사 채워 넣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라며 "정치권 추천 인사가 이사가 되면 시청자들을 보지 않고 정치권만 바라보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이 같은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자체적인 ‘시민검증단’을 구성·운영해 공영방송 이사 후보 지원자들을 검증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시민행동은 제보센터를 설치하여 지원자들에 대한 제보를 접수,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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